2011년 TED 행사에서 연설 중인 다니엘 태밋. By jurvets,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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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태밋의 생애와 파이 암송 기록
다니엘 태밋(Daniel Tammet)은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을 가진 영국 출신의 인물로, 뛰어난 언어 능력과 믿기 어려울 정도의 경이로운 기억력을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79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태밋은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다른 독특한 지각 능력과 학습 능력을 보였다. 그가 가진 특별한 재능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숫자에 대한 비범한 이해력과 기억력이다.
태밋의 기억력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바로 원주율인 파이(π)의 소수점 이하 자리를 무려 22,514자리까지 정확히 암송한 사건 때문이다. 이 경이로운 사건은 2004년 3월 14일, 국제적으로 “파이의 날”로 기념되는 날에 이루어졌다.
그는 이날 런던에서 열린 행사에서 총 5시간 9분에 걸쳐 파이의 숫자를 암송했으며,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공감각을 통한 기억력의 메커니즘
태밋에게 이러한 초인적 암기력을 가능하게 한 비밀은 그가 가진 공감각(synesthesia)의 독특한 방식에 있다. 공감각(synesthesia)이란 하나의 감각 자극이 자동적으로 또 다른 감각 경험을 유발하는 신경학적 현상으로 태밋은 숫자들을 마치 생생한 색깔과 형태를 가진 이미지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그에게 숫자 289는 아주 추운 날의 감촉과 비슷하고, 숫자 333은 매우 아름다운 모습의 숫자이며, 숫자 25는 따뜻한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태밋은 숫자를 단순한 기호로 보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감각적 경험으로 지각하며, 방대한 숫자들을 마치 아름다운 풍경이나 이야기를 기억하듯이 자연스럽게 저장할 수 있다.
태밋은 자신의 이 특별한 능력을 활용해 다큐멘터리 “브레인맨(Brainman)”에 출연하며 그의 신비로운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전 세계에 공개하였다.
또한 그는 자서전 『나는 1만 가지 색을 본다(Born on a Blue Day, 2006)』를 통해 자신의 독특한 인지 세계와 삶의 여정을 상세히 서술했다. 이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많은 독자들에게 인간의 기억력과 두뇌 능력의 경이로움을 새롭게 각인시켰다.
사회적 적응과 과학적 의미
태밋은 자폐성 서번트의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상호작용과 일상생활에서 큰 어려움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많은 자폐성 서번트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이와 더불어 태밋은 수학적 능력과 함께 언어능력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그는 영어뿐 아니라 아이슬란드어, 프랑스어, 핀란드어, 독일어 등 여러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특히 아이슬란드어를 일주일 만에 배우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태밋은 이처럼 다방면의 능력을 인정받아 수학 및 언어학 분야에서 저술과 강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니엘 태밋의 삶과 능력은 신경과학과 인지과학 분야에서도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되고 있으며, 학자들은 그의 독특한 인지 방식을 통해 인간 뇌의 비밀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인간의 잠재적 능력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계를 훨씬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