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뉴스와 SNS에서는 매일 정치가 쏟아진다. 유튜브, 댓글, 토론 프로그램 어디서나 사람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막상 현실 속에서 정치 이야기를 꺼내려 하면 공기가 살짝 얼어붙는다.
독일 만하임대학교(University of Mannheim)의 심리학자 마누엘 노이만(Manuel Neumann)은 이 현상을 실증적으로 검증했다. 그는 만하임 시의 1,600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성격 테스트를 실시하고, 얼마나 정치적 대화를 즐기는지, 또 어떤 상황에서 대화를 피하는지를 조사했다.
대화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았다
결과는 분명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더라도 실제로 정치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사람은 3명 중 1명, 약 30%에 불과했다. 게다가 의견이 다른 상대가 등장하면 이 비율은 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즉, 사람들은 논쟁보다 동의 속에서만 안심하고 말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치적 대화는 단순한 의견 교환이 아니라, 관계가 깨질 위험을 동반한 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정치 이야기를 꺼릴까
정치적 견해는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자아와 가치관의 일부다. 따라서 다른 의견과 부딪히면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존재가 위협받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관계를 지키기 위해 침묵을 선택한다.
노이만은 “정치 대화는 관계의 시험대”라고 표현했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은 알고 있다.
토론을 즐기는 사람들의 특징
그렇다면 정치 이야기를 즐기는 소수의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 지닐까? 연구에 따르면 그들은
-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고,
- 논쟁 상황에서도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않으며,
- 관계 유지보다 표현과 설득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노이만은 이런 사람들을 일종의 “토크쇼형 성격”이라 불렀다. 이들에게 대화는 공감의 공간이 아니라 주장의 무대(場)다. 그들은 사회적 불편보다 의견의 명확함을 선호한다.
정치적 침묵은 무관심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관계를 잃고 싶지 않아서 말을 아낀다. 그 침묵은 회피가 아니라 사회적 평화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논쟁보다 이해를, 승리보다 공존을 택하도록 진화해 왔다.
결론
정치적 신념은 우리를 나누지만, 관계는 여전히 우리를 묶는다. 노이만의 연구는 사람들이 정치적 논쟁을 피하는 경향이 비겁함이나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심리적 반응임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대개 옳음을 증명하기보다 관계의 균열을 피하려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그것은 인간이 사회 속에서 살아온 오랜 존재 방식 중 하나일 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를 둘러싼 자연스러운 경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