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고 문디(Imago Mundi):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

지도는 단순한 공간 정보가 아니다. 그것은 한 문명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압축해 보여주는 사유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지도는 무엇이며, 그 지도는 어떤 세계관을 담고 있을까.

점토판 위에 새겨진 세계

바빌론을 중심으로 아시리아와 아르메니아까지 묘사한 바빌로니아 세계 지도

바빌론을 중심으로 아시리아와 아르메니아까지 묘사한 바빌로니아 세계 지도

By British Museum.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현재까지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는 기원전 약 9~7세기경에 제작된 바빌로니아의 점토판이다. 오늘날 ‘바빌로니아 세계 지도(Babylonian Map of the World)’, 혹은 ‘이마고 문디(Imago Mundi)’라 불리는 이 유물은 런던 대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이 지도는 종이나 파피루스가 아닌 점토판에 설형문자로 새겨졌다는 점에서 기록 수단 자체가 당시 문명의 기술 수준과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지도는 깨지기 쉬운 물질 위에 남겨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수천 년을 건너 오늘날까지 전해졌다.

정확함보다 의미를 담은 지도

이 지도는 현대적인 기준에서 보면 지형적으로 정확하지 않다. 거리도, 방향도, 비율도 실제 세계와 맞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결함이 아니라 의도에 가깝다. 이 지도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가’보다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도 한가운데에는 바빌론이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는 메소포타미아의 다른 도시들과 인접한 왕국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그 바깥은 원형의 띠로 둘러싸여 있다. 이 원은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이 생각한 세계의 경계, 즉 ‘쓴 물’로 둘러싸인 대양을 의미한다.

신화가 공간을 채우다

바빌론을 중심으로 알려진 세계와 미지의 영역을 배치한 바빌로니아 세계 지도 도식

바빌론을 중심으로 알려진 세계와 미지의 영역을 배치한 바빌로니아 세계 지도 도식

By BioKnowlogy,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이 지도에는 도시와 강 같은 지리 정보뿐 아니라 신화적 존재와 괴물도 함께 배치되어 있다. 이는 고대인들에게 세계가 측정 가능한 공간이 아니라, 신과 인간, 영웅과 괴물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야기의 장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성은 지도라는 도구가 방향과 거리를 기록하는 수단이기 이전에,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드러내는 매체였음을 말해준다.

지도는 세계관의 요약본이다

이마고 문디가 중요한 이유는 단지 가장 오래된 지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지도는 지도라는 것이 처음부터 객관적인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세계를 해석하고 질서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시도였음을 보여준다. 지도는 언제나 중심과 주변을 나누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선택하며, 그 사회가 믿고 있던 세계의 구조를 반영한다.

바빌론을 중심에 둔 이 지도는 바로 그런 방식으로 바빌로니아 문명이 스스로를 바라본 시선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점토판 위의 세계는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해 고대인이 남긴 하나의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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