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 직전의 순간, 어떤 사람들은 놀라운 경험을 기억한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밝은 빛으로 나아가고, 평화와 환희에 휩싸인 채 죽은 이들을 만난다. 때로는 자신의 몸을 위에서 내려다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에서 보고되며, 의학적으로는 임사체험(NDE, Near Death Experience)이라 불린다.
고대에서 시작된 기록
죽음 이후의 의식을 향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기원전 4세기, 플라톤은 『공화국』에서 병사 에르(Er)의 이야기를 전한다. 에르는 전투 중 죽었다가 12일 만에 되살아나 “무지개보다 밝고 순수한 빛의 기둥”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 기록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임사체험 사례로, 인간이 오래전부터 죽음과 의식의 경계를 사유해왔음을 보여준다.
현대 과학이 만난 죽음
이 현상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미국 정신과 의사 레이먼드 무디(Raymond Moody)는 150건의 사례를 분석해 “임사체험”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문화적 차이를 제외하면 임사체험의 핵심 요소는 터널, 빛, 평화감, 고인들과의 영적 재회, 인생 회상 등으로 대개 비슷하다. 이후 브루스 그레이슨(Bruce Greyson)은 그 강도를 평가하는 ‘그레이슨 척도’를 개발해 의학적으로 NDE를 분류할 수 있게 했다.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심폐소생술로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오는 사례가 늘었고, 이에 따라 임사체험 연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통계적으로는 심정지 후 생존자의 약 10~12%가 비슷한 경험을 보고한다.
과학의 시각 ᅳ 뇌가 만든 마지막 꿈

많은 신경과학자들은 임사체험(NDE)을 뇌가 산소 부족 상태에서 만들어내는 환상적 방어 반응으로 본다. 심장이 멈추면 뇌는 급격한 무산소증(anoxia)에 빠지고, 이때 글루타메이트나 아그마틴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대량 분비되어 강렬한 행복감과 해방감을 일으킨다.
동시에 과도한 신경전달물질은 신경독성(neurotoxicity)을 유발해 측두엽과 두정엽 하부의 방추회(angular gyrus)를 비정상적으로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마치 자신의 몸을 떠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유체이탈 경험(Out-of-Body Experience)을 하기도 한다.
결국, 뇌가 꺼지기 직전의 불안정한 전기 신호와 화학적 혼란이 ‘빛’이나 ‘몸이 뜨는 느낌’ 같은 감각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러나 뇌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네덜란드 심장 전문의 핌 반 롬멜(Pim van Lommel)은 심정지 환자 수백 명을 연구했지만 “누가 임사체험을 하는가”에 공통된 생리학적 요인을 찾지 못했다. 그는 더 란셋(The Lancet)에 발표한 논문에서 “심정지 중에도 의식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도바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엔리코 파코(Enrico Facco)는 “집중치료 중의 혼미와 달리, 임사체험은 구조적이며, 이후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바꾸는 깊은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의식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시선
반 롬멜은 의식을 뇌 속의 현상이 아니라 정보와 에너지의 장(field)으로 본다. 뇌는 그 신호를 감지하고 해석하는 변환기(transducer)일 뿐이며, TV가 꺼져도 전파가 사라지지 않듯, 뇌가 멈춰도 의식 자체는 어딘가에 남을 수 있다.
이 가설은 과학적 증거보다는 형이상학적 직관에 가까운 추론이다. 그러나 “중력파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상상이 한 세기 뒤 현실로 확인된 것처럼,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는 가정도 언젠가 증명될 수 있다”는 엔리코 파코(Enrico Facco)의 말처럼, 완전히 배제할 수만은 없다.
끝나지 않은 탐구
전 세계 연구자들은 수십 년간 환자들이 실제로 ‘몸 밖에서 세상을 보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중환자실의 높은 선반 위에 보이지 않는 그림이나 문장 등을 두는 ‘타깃 식별 실험’을 해왔다. 그러나 아직 단 한 명도 그것을 본 사람은 없다.
죽음은 불가역적이지만 의식은 단순한 뇌의 부산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의식이 에너지의 형태로 변하거나 기억의 잔향으로 남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임사체험은 바로 그 경계에서, 의식이 무엇이며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