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여성 연구자들의 공로, 마틸다 효과(Matilda Effect)

마틸다 효과_여성연구원 이미지

과소 평가의 이유, 여성

과학의 역사는 눈부신 발견과 발명의 기록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누락된 이름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여성 과학자들이 겪어온 구조적 불평등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마틸다 효과(Matilda Effect)’이다.

이 용어는 19세기 미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 마틸다 조슬린 게이지(Matilda Joslyn Gage)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그는 여성의 지적 업적이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 속에서 체계적으로 지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약 한 세기 뒤, 과학사학자 마거릿 W. 로시터(Margaret W. Rossiter)가 이 생각을 과학계의 현실에 적용하면서 1993년에 ‘마틸다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로절린드 프랭클린의 경우

마틸다 효과는 여성 과학자들의 업적이 남성 과학자들의 성과에 비해 체계적으로 간과되거나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편향적 현상이다. 여성 과학자의 연구 성과는 종종 남성 동료나 상급자의 이름으로 귀속되거나, 남성의 연구보다 덜 인용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여성의 기여는 축소되거나 무시되고, 연구의 영예는 남성에게 돌아간다.

현미경을 들여다 보는 Rosalind_Franklin

1955년 현미경 앞에 선 로절린드 프랭클린.

By MRC 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이다. 그녀는 1950년대 초 런던 킹스칼리지(King’s College London)에서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X선 회절 사진을 촬영했다.

그러나 프랭클린의 X선 회절 데이터는 그녀의 명확한 동의 없이 동료였던 모리스 윌킨스(Maurice Wilkins)를 통해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에게 전달되었고, 이들은 이 자료를 토대로 DNA의 이중나선 구조 모델을 완성했다.

1962년 왓슨, 크릭, 윌킨스는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지만 프랭클린의 이름은 공식적으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고, 그녀의 공로는 역사 속에서 오래도록 가려져 있었다.

인용 통계에 드러나는 편향성

로시터 이후의 여러 연구는 마틸다 효과가 과거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1991년부터 2005년 사이에 발표된 1000편 이상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여성 과학자가 주저자인 논문은 남성 연구자의 논문보다 인용 횟수가 유의미하게 적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학문적 평가 시스템이 단순히 ‘연구의 질’만을 반영하지 않고, 저자의 성별과 사회적 위치에 따라 다르게 반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연구비 지원, 학술지 게재, 교수 임용 등에서 인용 지표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마틸다 효과는 여성 연구자들의 경력 발전과 학문적 생존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친다.

존재를 드러내는 일부터

마틸다 효과는 단지 과거의 억울한 사례를 되짚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과학의 신뢰성과 공정성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과학이 객관성을 내세우더라도, 연구를 수행하고 평가하는 주체가 인간인 이상 그 과정에는 언제나 편향이 개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여러 학회와 연구 기관이 공저자 기여 명시, 블라인드 리뷰 제도 강화, 성별 불균형 개선을 위한 연구비 제도 등을 도입하며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 연구자들은 남성 중심의 네트워크 속에서 자신들의 연구를 ‘보이게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기억해야 할 이름들

Barbara_McClintock(1902-1992)

카네기 연구소 유전학부 자신의 연구실에서, 바버라 맥클린톡(1947년)

By Smithsonian Institution/Science Service;,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로절린드 프랭클린 외에도, 무선 주파수 도약 기술을 고안해 와이파이(Wi-Fi)와 블루투스의 기초를 마련한 헤디 라머(Hedy Lamarr), NASA의 궤도 계산을 담당했던 수학자 캐서린 존슨(Katherine Johnson), 유전학의 발전을 이끈 바버라 맥클린톡(Barbara McClintock), 핵분열의 이론적 해석으로 원자력 시대의 문을 연 리제 마이트너(Lise Meitner), 그리고 은하의 회전 속도 연구를 통해 암흑 물질의 존재를 밝혀낸 베라 루빈(Vera Rubin) 등도 오랫동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마틸다 효과는 여전히 진행 중인 이야기다. 그러나 이 용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과학이 스스로의 편향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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