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nation gets the government it deserves.”
(원문: Toute nation a le gouvernement qu’elle mérite.)
– Joseph de Maistre –
모든 국가는 그에 걸맞은 정부를 갖는다.
방송에서 자주 들리는 그 문장
한국에서 정치 관련 토론 방송 중에 가장 자주 인용되는 문구 가운데 하나가 있다.
“모든 국가는 그 국민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대개는 출처 없이 쓰이거나, 언급되더라도 토머스 제퍼슨의 말로 인용된다. 그러나 실제로 이 말의 주인공은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유럽사 속의 한 인물이다.
진짜 주인, 조제프 드 메스트르
조제프 드 메스트르의 초상화
By Carl Christian Vogen,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조제프 드 메스트르(Joseph de Maistre, 1753~1821)는 사보이 공국 출신의 외교관이자 정치 사상가였다. 그는 가톨릭과 왕정을 강력히 옹호하는 보수주의자였으며, 프랑스 혁명과 계몽사상을 비판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후 그 여파가 사보이 공국에도 미쳤다. 혁명 정부가 사보이를 점령하자 메스트르는 추방당했고, 이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유럽 각지를 전전하다가 러시아 제국의 외교관으로 임명되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정착하게 된다.
1811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한 문장
1811년, 메스트르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Toute nation a le gouvernement qu’elle mérite.”
(모든 국가는 그에 걸맞은 정부를 갖는다.)
이 말은 통치자의 잘못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정치적 성숙도, 사회 참여, 그리고 무관심까지 모두가 합쳐져 정부의 모습을 만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문장은 국경을 넘어 전해졌고, 원작자의 이름은 잊힌 채 다양한 인물에게 귀속됐다.
역사 속 또 다른 오해 – ‘케이크를 먹으라’
장미를 든 마리 앙투아네트
By 루이즈 르브룅(Élisabeth Louise Vigée Le Brun), Public Domain,
잘못 알려진 명언의 사례는 역사 속에 많다. 대표적인 것이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이다. 흔히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의 발언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출처는 전혀 다르다.
『고백록』 속의 맥락
이 문구는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Confessions)』 제6권 말미에 처음 등장한다. 루소는 자신이 빵을 구하지 못하던 상황을 묘사하며, “농민들에게 빵이 없다고 하자, 어느 지체높은 공주(grande princesse)가 ‘그럼 브리오슈를 먹으면 되지(Qu’ils mangent de la brioche)’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린다. 브리오슈는 달걀과 버터가 들어간 고급 빵으로, 당시 서민이 쉽게 먹을 수 없는 사치품이었다.
이 구절이 쓰인 1765년 무렵, 마리 앙투아네트는 9살의 오스트리아 소녀로 아직 빈에서 성장 중이었으며 프랑스 왕실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루소는 발언자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고, 그 ‘공주’가 실존 인물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따라서 이 말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입에서 나왔을 가능성은 역사적으로 전혀 없다.
오해가 오래 남는 이유
이 두 사례에서 보듯, 짧고 강렬한 문장은 기억에 오래 남지만, 출처와 맥락은 쉽게 왜곡된다. 잘못 알려진 명언은 사실 그 자체보다 그것이 어떻게 전해지고 변형되었는지를 살펴볼 때 더 흥미롭다. 역사는 단지 사건의 기록만이 아니라, 그 사건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어떤 형태로 자리 잡았는지도 말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