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때 머릿속에서 ‘목소리’를 듣는 이유

독서자의 이미지가 책의 표지인 책 읽는 모습

책을 조용히 읽을 때, 문장이 머릿속에서 ‘들리는’ 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마치 자신의 목소리나, 등장인물의 말투가 마음속에서 재생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인지 현상이다.

80.7%가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미국 심리학자 루바니 빌하우어 피에테르스(Ruvanee Vilhauer Pietersz)가 2016년에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조용히 글을 읽을 때 자신의 내적 목소리를 듣는 사람은 피험자 전체의 80.7%에 달했다.

그녀는 Scandinavian Journal of Psych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57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으며, 그중 461명이 “조용히 읽을 때 자신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린다”고 응답했다. 이 목소리는 대부분 자신의 음성으로 인식되지만, 일부는 등장인물이나 화자의 어조로 변하기도 했다.

내적 독백은 언제 생기는가

이 현상은 어린 시절 읽기를 배우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처음에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지만, 읽기 능력이 향상되면 조용히 읽게 된다. 그러나 이때도 뇌는 여전히 ‘말하는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하고, 그 결과 언어 생성 영역(Broca’s area)과 청각 피질(auditory cortex)이 동시에 활성화된다. 즉, 소리를 내지 않아도 뇌는 ‘마음속에서 말하고 듣는’ 상태를 유지한다.

내면의 목소리는 생각의 구조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Lev Vygotsky)는 이를 ‘내적 언어(inner speech)’라고 불렀다. 그에 따르면 사람은 생각을 직접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내면의 언어를 통해 사고를 구조화하고 자기 자신과 대화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읽기를 위한 기능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사고를 정리하고 감정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인지 과정이다.

조용한 읽기, 그러나 뇌 속에서는 활발한 대화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책을 읽을 때, 뇌는 여전히 말하고, 듣고, 이해하는 일을 동시에 수행한다. 따라서 조용한 독서란 ‘무언의 대화’에 가깝다. 그 속삭임은 환청이 아니라, 사유를 언어로 엮어내는 마음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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