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hommage): 존경인가, 표절인가

오마주 전함 빠툠킨

영화 《전함 포템킨》에서 유모차에 탄 아기가 오데사 계단을 굴러 내려가는 장면

By Sergei Eisenstein,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어원과 기원

‘오마주(hommage)’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원래는 중세 봉건제에서의 충성 서약을 뜻했다. 라틴어 homo(사람)에서 파생된 이 말은, 봉신이 자신의 군주에게 인간으로서 충성을 맹세한다는 맥락에서 비롯되었다. 초기 의미는 권력 앞에서의 복속과 경의에 가까웠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예술 분야에서 이 단어의 의미가 전환된다. 특정 예술가나 작품에 대한 존경의 표현, 즉 의식적이고 명확한 ‘참조’라는 의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오마주 vs 패러디 vs 표절

오늘날 ‘오마주’는 종종 패러디나 표절과 혼동된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 오마주는 존경의 표시로 특정 장면, 스타일, 구조 등을 의도적으로 따라 하는 것이다. 원작에 대한 긍정적 인용이며, 관객이 알아차리길 바란다.
  • 패러디는 풍자적 변형이 핵심이다. 원작을 희화화하거나 비틀어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 표절은 원작자 표기 없이 무단으로 차용해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꾸미는 행위다.

즉, 오마주는 의도를 드러내는 인용이고, 표절은 의도를 숨기는 복제다.

영화에서의 오마주: 시선의 인용

시카고 유니언 스테이션 계단

영화 ‘언터처블’의 총격 장면 무대가 된 시카고 유니언 스테이션의 측면 대형 계단

By Ben Schumin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영화는 오마주가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예술 장르다. 시각적 언어와 장면 구성, 카메라 워크, 심지어 소품이나 색감까지도 다른 작품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로, 브라이언 드 팔마(Brian De Palma)의 《언터처블》(The Untouchables, 1987)은 세르게이 아이젠슈타인(Sergei Eisenstein)의 《전함 포템킨》(Battleship Potemkin, 1925) 속 오데사 계단 장면을 오마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벌어지는 총격 장면은 시카고 유니언 스테이션(Union Station) 계단에서 촬영되었으며, 유모차가 계단을 굴러떨어지는 시퀀스는 원작의 편집 리듬과 상징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현대적 서사와 감정적 긴장감을 더했다.

또 다른 예로,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의 《킬 빌 Vol.1》(Kill Bill Vol.1, 2003)은 영화 전체가 오마주의 집합이라 할 만큼 다양한 작품의 장면을 재해석한다.

특히 일본 영화 《수라설희(修羅雪姬)》(Lady Snowblood, 1973)에 대한 오마주는 색채, 구도, 인물 설정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반영되어 있다. 타란티노는 자신이 영향을 받은 작품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오마주를 영화 간의 대화 수단으로 활용한다.

창작 속에서의 오마주, 늘 애매한 경계

이처럼 오마주는 단순한 장면 재현을 넘어, 창작자가 자신이 사랑하고 영향을 받은 대상을 향해 보내는 공공연한 경의의 시선이다. 동시에 그것은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를 드러내는 창작자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그 경계가 흐릿하다는 것이다. 존경이라는 이름으로 차용한 것이 과연 오마주인지, 출처 없이 가져온 표절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오마주’라는 말이 창작 윤리를 회피하는 면죄부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결국 오마주는 형식이 아니라 맥락의 문제다. 작가가 무엇을 어떻게 인용했는가, 그리고 그것이 독자나 관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읽히는가 – 바로 그 맥락이 오마주의 진정성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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