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의 역사: 아기를 운반하는 방식의 변화

유모차 대표 이미지

아기를 운반하는 오래된 지혜

유모차가 발명되기 훨씬 전부터 인류는 아기를 안전하게, 또 효율적으로 품에 안아야 했다. 가장 원초적인 방식은 가죽이나 천으로 만든 아기띠였다. 부모는 아이를 몸에 고정시켜 손을 자유롭게 쓰면서도 아기를 보호할 수 있었다.

고대 사회에서는 천으로 감싼 포대기, 이끼와 나무껍질을 채운 바구니, 어깨에 메는 그물망 등 다양한 형태의 아기 운반 도구가 사용되었다. 메소포타미아와 고대 이집트, 로마 제국에서도 이러한 도구의 흔적이 확인된다. 또한 조토(Giotto)의 그림에는 성모가 아기 예수를 아기띠로 안고 있는 듯한 장면도 보인다.

조토의 이집트로의 도피

조토의 프레스코화 「이집트로의 도피」(약 1304~1306)

By Giotto,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중세와 근대를 거치면서 아기를 천으로 묶어 업는 방식이 널리 퍼졌고, 오늘날 남미와 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와는 달리, 북극 이누이트는 모피 외투 파카 안에 아기를 넣는 독창적인 방식을 만들어 혹독한 환경을 이겨냈다.

18세기, 유모차의 탄생

현대적 의미의 유모차는 18세기 영국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조경가이자 건축가였던 윌리엄 켄트(William Kent)가 공작 가문의 아이들을 위해 설계한 바퀴 달린 좌석이 그 시초다. 금속과 목재로 만든 작은 좌석은 조개껍질 모양을 하고 있었고, 동물이 끌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후 손잡이가 추가되면서 부모가 직접 밀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고, 점차 아기를 눕히거나 앉힐 수 있는 형태로 진화했다.

19세기, 사회 변화와 함께한 개량

19세기에 접어들며 도시 생활과 사회적 습관의 변화는 유모차의 발전을 가속화했다. 1848년 미국 발명가 찰스 버튼(Charles Burton)은 영국에서 특허를 받은 3륜 유모차를 선보였다. 이 모델은 가벼운 프레임 덕분에 부모가 뒤에서 밀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회전식 유모차

회전식 유모차에 앉아 있는 여아 (1939년 뒤스부르크 루어오르트)

By Karl Löbbermann,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1889년에는 미국 발명가 윌리엄 H. 리처드슨(William H. Richardson)이 회전식 유모차를 개발했다. 아기의 시선을 엄마 쪽 혹은 바깥쪽으로 바꿀 수 있는 구조였고, 바퀴는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조작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이 혁신은 이후 유모차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빅토리아 여왕은 여러 대의 유모차를 구입하며 이를 귀족적 상징으로 만들었다. 이 영향으로 당대 유모차는 ‘공작부인’이나 ‘공주’ 같은 이름을 붙이며 지위를 과시하는 물건으로도 자리 잡았다. 산업혁명과 더불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유모차는 점차 대중 속으로 확산되었다.

20세기의 혁신과 대중화

실버크로스사의 유모차

1960~70년대 영국 유모차 제조업체 실버 크로스가 제작한 소프트 보디형 프램

By Silver Cross UK Ltd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20세기 들어 유모차는 안전성과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다. 공기주입식 바퀴와 브레이크, 깊은 바구니가 도입되었고, 1950~60년대에는 값싼 소재와 대량 생산으로 거의 모든 가정이 유모차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1877년 설립된 영국의 실버 크로스에 더해, 이 시기에는 이탈리아의 치코(1946), 페그 페레고(1949), 잉글레시나(1963) 같은 브랜드가 새롭게 등장해 시장을 주도했다.

1965년에는 항공 엔지니어 출신 오언 맥클라렌(Owen Finlay MacLaren)이 세계 최초로 접이식 유모차를 특허 등록했다. 가볍고 휴대가 편리한 이 발명은 현대 유모차의 표준이 되었다. 이후 안전벨트, 수납 주머니, 방수 덮개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이 추가되면서 점점 더 실용적인 방향으로 발전했다.

1980년대에는 조깅용 3륜 모델과 쌍둥이 유모차까지 등장하며 선택지가 넓어졌다.

세바퀴 조깅용 유모차

세 바퀴 조깅 유모차를 밀며 조깅하는 사람 (맨해튼 이스트 20번가)

By Jim.henderson, CC0, wikimedia commons.

21세기, 스마트 유모차 시대

21세기에 들어 유모차는 단순한 아기 운반 도구를 넘어섰다. 전동 주행과 자동 제동 기능을 갖춘 스마트 유모차가 출시되었고, 스마트폰과 연결해 원격으로 조작할 수도 있게 되었다. 또한 카시트와 결합하거나 모듈형으로 변환 가능한 다양한 모델들이 등장해 부모와 아이의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결론

유모차의 역사는 단순히 물건의 발전사가 아니라, 부모와 아기를 둘러싼 생활문화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다. 슬링과 포대기에서 출발해, 귀족의 전유물 시절을 지나, 오늘날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스마트 기기에 이르기까지 유모차는 아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데려가려는 인간의 오래된 바람을 기술과 디자인으로 구현해온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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