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니카(Guernica)」: 피카소와 스페인 내전

피카소 「게르니카」를 재현한 벽화

벽화 독일 포르츠하임(Pforzheim) 시청 외벽에 재현된 피카소 「게르니카」
By Jules Verne Times Two,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게르니카(Guernica)」는 한 폭의 그림이지만, 그 배경에는 매우 구체적이고 참혹한 역사적 사실이 놓여 있다. 이 작품은 추상이나 상징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1937년의 실제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아 전쟁이 인간에게 남기는 파괴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역사적 배경: 스페인 내전과 게르니카 폭격

1936년부터 1939년까지 이어진 스페인 내전은 마누엘 아사냐(Manuel Azaña)의 공화정부와 프란시스코 프랑코(Francisco Franco)가 이끄는 반란군(국민파) 사이의 충돌이었다. 이 전쟁은 단순한 내전이 아니라, 이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이념 대립의 전초전 성격을 띠었다

게르니카의 폐허

게르니카의 폐허

By Bundesarchiv, Bild 183-H25224, CC-BY-SA 3.0, wikimedia commons.

1937년 4월 26일, 바스크 지방의 소도시 게르니카는 독일 나치의 공군(콘도르 군단)과 이탈리아 파시스트 공군의 폭격을 받았다. 이 공격은 프랑코 진영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공습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시장이 열리던 날이었고, 방공 시설은 거의 없었다. 폭격과 기관총 사격으로 도시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고, 수많은 민간인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신문 보도를 통해 국제 사회에 알려졌고, 피카소 역시 파리에서 이 소식을 접했다.

그림의 탄생: 파리 만국박람회

피카소는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스페인 공화정부관을 장식할 대형 벽화를 의뢰받은 상태였다. 처음에는 주제를 정하지 못했으나, 게르니카 폭격 소식을 접한 뒤 방향이 분명해졌다. 그는 특정 장면을 재현하기보다, 폭격이 남긴 공포와 파괴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압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마드리드 국립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 전시된 게르니카

마드리드 국립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 전시된 게르니카

By Pedro Belleza, CC BY 2.0, wikimedia commons.

이렇게 완성된 「게르니카(Guernica)」는 가로 약 7.8미터에 달하는 대형 작품으로, 흑백에 가까운 색조만을 사용한다. 이는 신문 사진의 인쇄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사건이 ‘현재 진행형의 비극’임을 강조한다.

이미지와 상징: 역사에서 보편으로

그림 속에는 찢긴 몸, 비명을 지르는 입, 부서진 사물들이 뒤엉켜 있다. 황소, 말, 울부짖는 어머니와 죽은 아이, 부러진 검과 전구 같은 형상들은 특정 인물이나 장소를 넘어서 전쟁이 인간 세계에 남기는 공통된 결과를 상징한다.

중요한 점은 피카소가 어느 한 진영의 승패나 영웅담을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군인도, 전투 장면도 없다. 대신 무방비 상태의 인간과 동물이 겪는 폭력만이 있다. 이는 게르니카라는 특정 사건에서 출발했지만, 모든 전쟁에 적용되는 보편적 고발로 작품을 확장시킨다.

이후의 역사적 의미

스페인 국립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외부의 모습

스페인 국립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외부

By Omer Toledano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게르니카」는 이후 여러 나라를 순회 전시하며 반전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피카소는 프랑코 독재 정권이 끝나기 전까지 이 작품이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이 그림은 민주화 이후인 1981년에야 스페인으로 돌아왔고, 현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국립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ía)에 전시되어 있다.

마무리하며

「게르니카」는 상상 속 비극이 아니다. 1937년 4월 26일, 실제로 일어난 민간인 폭격이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그러나 피카소는 구체적 사건을 넘어서, 전쟁이라는 구조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응축해 보여준다. 그래서 이 그림은 특정 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도 전쟁을 말할 때 반복해서 소환되는 이미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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