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graffiti): 거리에서 피어난 저항의 언어

그래피티 작업중

어원과 기원

그래피티(graffiti)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 graffito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다시 라틴어 graffiare(긁다, 새기다)에서 비롯되었다. 원래는 고대 로마 시대의 건물, 벽, 유적 등에 새겨진 낙서를 가리키는 고고학 용어였다. 폼페이 유적지의 벽에는 정치적 풍자, 개인적 외침, 상업 광고 등 다양한 형태의 낙서가 남아 있으며, 이는 현대 그래피티와 개념적으로 맞닿아 있다.

20세기 후반, 특히 1960~70년대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Bronx) 지역에서 현대 그래피티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초기에는 자신의 이름이나 별명을 반복적으로 남기는 태깅(tagging)이 주를 이뤘고, 이는 도시의 구석구석에 자기를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예술인가, 범죄인가

그래피티는 태생적으로 불법성과 맞닿아 있다. 대부분 무단으로 공공물이나 사유지 벽면에 행해지기 때문에 낙서, 기물 훼손 등으로 처벌되기도 한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그래피티가 미술관에 전시되거나 예술적 재능으로 평가되면서, 거리의 낙서였던 그것은 점차 예술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범죄’와 ‘예술’의 경계는 행위 그 자체보다 그것이 이루어진 맥락과 수용자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형태의 그림이라도, 누가 그것을 그렸는지, 어디에 남겼는지, 어떤 목적과 배경을 지녔는지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범죄일 수도 있고 예술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피티의 형식적 특징

그래피티는 기본적으로 ‘문자 기반’이다. 태깅(tag), 손글씨(handstyle), 피스(piece) 등 다양한 수준의 문자 표현이 존재한다. 이 중 피스는 매스터피스(masterpiece)의 줄임말로, 보다 복잡하고 예술성이 높은 작업을 일컫는다. 단순한 이름 남기기를 넘어 미적 구조와 완성도를 갖춘 형태를 뜻한다.

복잡한 색감, 입체감 있는 음영, 역동적인 글꼴 디자인 등이 그래피티의 시각적 특징이며, 때로는 만화적 캐릭터나 상징적 이미지가 함께 표현되기도 한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대개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개발하며, 이는 단지 시각적 미감뿐 아니라 정체성과 명예의 문제로 간주된다. 동시에 같은 공간을 점유하려는 그래피티 간의 경쟁과 덧칠 행위 역시 흔한 문화적 양상이다.

스트리트 아트와의 경계

배크시 소녀와 풍성

뱅크시(Banksy)의 〈풍선을 든 소녀〉 또는 〈희망은 항상 있다〉, 사우스뱅크 버전

By Dominic Robinson from Bristol, UK,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그래피티는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라는 더 넓은 범주 속에 위치하기도 한다. 스트리트 아트는 시각예술로서의 의도가 강한 반면, 그래피티는 종종 이름을 남기는 행위, 즉 존재의 선언이 목적이 된다. 하지만 양자는 종종 혼재되며, 뱅크시(Banksy)처럼 정치적 메시지와 미적 완성도를 동시에 갖춘 작가는 이 경계를 흐려 놓는다.

제도권과의 긴장과 수용

21세기 들어 도시재생 프로젝트나 공공미술 사업에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면서, 이들의 작업은 합법적인 영역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아티스트는 상업화에 반발하며, 거리의 익명성과 자발성을 고수하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많은 도시에서 그래피티는 여전히 불법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도시의 정체성과 역동성을 구성하는 시각적 요소로 인식되기도 한다. 제도는 억제와 포섭을 동시에 시도하고, 작가는 그 틈을 타 자유의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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