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 매혹되는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1665년경

By Johannes Vermeer,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과학이 밝힌 매혹의 비밀

최근 뇌과학은 예술 감상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왜 어떤 그림은 우리의 시선을 오래 붙잡는가?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 미술관은 뉴로마케팅 연구소 뉴런식스(Neurensics)와 함께 이 문제를 실험했다. 대상은 미술관의 상징적 걸작,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네덜란드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였다.

연구자들은 자원자들에게 뇌파 측정 장치와 시선 추적기를 부착한 뒤 그림을 바라보게 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사람들의 눈은 세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머물렀다. 귀에 걸린 진주, 소녀의 눈, 그리고 입가의 은은한 반짝임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주의 루프’라 불렀다. 특정 포인트가 시선을 끊임없이 순환시키며, 그 과정에서 뇌의 쾌락 인식 영역까지 자극한다는 것이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이다. 1665년경에 완성된 이 작품은 가로 44cm, 세로 39cm남짓의 작은 유화다. 겉보기에는 초상화처럼 보이지만 모델의 신원은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특정 인물을 기록한 인물화라기보다 익명의 모델을 통해 표정과 성격을 탐구한 ‘트로니(tronie)’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 평가와 매력의 비밀

검은 배경에 선명히 부각된 소녀의 얼굴은 빛을 정면으로 받아 눈부시게 드러난다. 머리를 감싼 푸른색과 노란색의 터번, 그리고 커다란 진주 귀고리가 화면을 압도한다. 일상의 소박한 순간을 빛과 색채를 통해 극적으로 표현했던 ‘빛의 화가’ 베르메르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종종 ‘북유럽의 모나리자’라 불린다. 그 이유는 모호한 표정 때문이다. 살짝 벌어진 입술, 눈빛에 담긴 친밀감과 거리감 사이의 긴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런 의문을 갖게 한다. “이 소녀는 누구일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결론: 예술과 과학의 만남

오늘날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전 세계 전시에서 가장 긴 줄을 만들어내는 그림 중 하나다. 그 매혹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베르메르가 세심하게 설계한 빛과 시선의 장치가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며, 우리는 알 수 없는 끌림 속에서 그림 앞에 오래 머물게 된다.

예술은 감성의 영역에 속한다고 여겨지지만, 이번 연구는 그 매혹의 배경에 과학적 메커니즘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베르메르는 17세기 화가이자 동시에 오늘날 기준으로도 탁월한 시각 심리학자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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