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반스 리넷의 키네오그래프 (동시대의 일러스트레이션)
By John Barnes Linnet,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움직이는 책의 첫 등장
책장을 빠르게 넘기면 그림이 살아 움직인다. 누군가는 어린 시절 공책 구석에 캐릭터를 그리고 연속 동작을 상상하며 책장을 넘겨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경험이 바로 플립북의 본질이다. 정식으로 문헌에 기록된 것은 1868년으로, 존 반스 리넷(John Barnes Linnett)이 ‘키네오그래프(kineograph)’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은 것이 그 시작이다.
당시에는 이미 페나키스토스코프(Phenakistoscope)나 조이트로프(Zoetrope) 같은 시각 장치가 있었지만, 플립북은 훨씬 단순하고 친숙했다. 별도의 기계 없이 책이라는 일상적 매체를 활용한 점이 독특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민주적 애니메이션
플립북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아이들도 즉석에서 자신만의 애니메이션을 완성할 수 있다. 페나키스토스코프 같은 복잡한 장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의 즐거움을 대중에게 널리 확산시킨 매체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플립북은 영상예술을 대중에게 한층 가까이 가져온 초기 애니메이션의 한 형태였다.
손이 프로젝터가 되는 경험
플립북 애니메이션 (보기는 아래 링크 클릭)
By Flippy francesco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플립북은 단순히 보는 장치가 아니라, 사용자의 손동작이 핵심 요소다. 얼마나 빠르고 일정하게 책장을 넘기느냐에 따라 영상의 매끄러움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플립북은 감상자와 제작자의 경계를 허문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동시에 직접 구동하는 경험, 즉 손이 곧 프로젝터가 되는 것이다.
유명한 플립북들
역사적으로 중요한 플립북 가운데 하나는 존 반스 리넷(John Barnes Linnett)이 만든 최초의 키네오그래프다. 이후 디즈니는 미키 마우스와 같은 캐릭터를 활용한 플립북을 제작하며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오늘날에도 아티스트들은 슈퍼 마리오 같은 게임 장면을 플립북으로 재현하거나, 광고와 전시에서 이를 현대적으로 변주한다.
오늘날의 플립북
디지털 시대에도 플립북은 여전히 살아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페이지 대신 화면을 넘기며 플립북을 체험할 수 있고, 교육 현장에서는 창의적 학습 도구로 활용된다. 단순함 속에 담긴 상상력 덕분에 플립북은 여전히 매력적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움직이는 그림책’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