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반 메헤렌(Han van Meegeren)이 위조한 디르크 반 바부런의 〈포주〉.
By After Dirck van Baburen,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위작에 대한 부정적 반응
어떤 작품이 위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비슷하거나 심지어 완전히 동일한 외형을 가진 작품조차 우리는 그것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이유는 단순히 작품의 품질이나 완성도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자신이 속았다고 느끼며, 작품과의 정서적 연결이 끊어졌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원작자와 연결되는 경험을 예술 감상의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작품이 “그 사람의 손을 거쳤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정서적 의미를 갖는다.
하버드대의 실험
하버드대학교 심리학자 엘렌 위너(Ellen Winner)는 실험을 통해 이 현상을 검증하고자 시도했다. 그녀와 동료 연구진은 2018년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두 종류의 작품을 제시했다. 하나는 실제 작가가 만든 것, 다른 하나는 똑같아 보이지만 작가와 전혀 무관한 작품이었다.
참가자들은 작품의 출처를 모르고 볼 때는 두 작품을 거의 동일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작가가 직접 만들지 않았다”는 정보가 제공되는 순간, 선호도에서 큰 차이가 났다. 작품의 외형은 거의 동일했음에도 참가자들은 원작에 훨씬 큰 가치를 부여했다. 이 차이는 가격 정보 때문이 아니라, 감상자가 작품을 통해 작가와 직접 연결된다고 느끼는 정서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질주의라는 심리
이 차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본질주의(essentialism)다. 본질주의는 물건이나 작품이 지닌 겉모습보다 “어디서 왔는가”라는 기원과 역사 같은 보이지 않는 속성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심리적 경향을 말한다.
이 원리는 예술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위작이 아무리 뛰어난 수준으로 제작되어도 우리는 그것을 본질적으로 다른 대상으로 여긴다.
마무리하며
예술 감상에는 기술적 완성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요소가 있다. 작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원작자라는 존재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복제품이 아닌 진품을 보았을 때 더 강한 가치와 감정적 몰입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