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왜 10%인가
왼손잡이(left-hander)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0%에 불과하다. 이 숫자는 인류 역사 전체에서 거의 변하지 않는 ‘안정된 비율’이다. 왜 인류는 절반이 왼손잡이가 아니라, 언제나 소수만 왼손을 주로 쓰는 것일까. 오늘날까지 과학은 이에 대한 하나의 정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 협력과 경쟁의 균형 ᅳ 진화적 ‘균형 선택’ 가설
인류 사회는 협력이 핵심이다. 언어, 도구, 농경, 공동체 생활은 모두 협력적 행동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협력하는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같은 손을 쓰는 편이 효율적이고 안전하다. 오른손잡이가 다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경쟁이 필요한 상황, 특히 정면에서 겨루는 스포츠나 전투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소수의 왼손이 전략적 우위를 가진다. 이 두 힘의 균형이 왼손잡이를 전체의 약 10%로 유지한다는 것이 진화생물학자들의 설명이다.
(2) 유전적 영향 ᅳ 단일 유전자가 아니라 다수의 약한 효과
손의 사용 경향은 유전자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여러 유전자가 극히 약한 영향력을 합쳐 형질을 만든다. 일란성 쌍둥이가 반드시 같은 손을 쓰지 않는다는 점은 이 가설을 뒷받침한다.
왼손잡이 여부에 대한 유전적 영향은 여러 연구에서 대략 20~25 % 수준으로 추정되며, 유전은 ‘왼손을 쓰게 될 경향’을 높여 줄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3) 태아기 발달 환경 ᅳ 호르몬과 뇌 비대칭 형성의 차이
손의 사용 경향은 출생 이전에 이미 절반 이상 결정된다. 태아기 호르몬 농도(특히 테스토스테론), 산소 공급, 스트레스, 출생 체중 등 다양한 조건이 뇌의 비대칭 구조 형성에 영향을 준다. 이는 손의 선호에도 이어진다. 동일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쌍둥이가 다른 손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4) 뇌 비대칭의 자연적 변이 ᅳ 신경 발달의 분포 속에서 소수로 유지
오른손잡이의 대부분은 왼쪽 뇌가 언어와 정교한 운동을 담당하지만, 왼손잡이는 더 다양한 패턴을 보인다. 언어 영역이 오른쪽 또는 양쪽에 걸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신경 발달의 변이는 항상 일정 비율로 발생하며, 그 결과 왼손잡이가 소수이지만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변이가 10%라는 ‘기본 분포’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5) 생존 전략 가설 ᅳ 소수성의 이점
왼손잡이는 소수이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 패턴을 갖는다. 이런 비대칭성은 위협 상황이나 싸움에서 상대를 당황하게 할 수 있으며, 이는 생존에 약한 이점을 줄 수 있다.
고대 인류의 전투 도구 사용 흔적에서도 왼손잡이의 흔적은 일정 비율로 발견되며,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소수 전략이 집단 내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결론: 왼손잡이는 복합적 진화의 산물
유전도, 발달 환경도, 경쟁과 협력의 진화 압력도 모두 손의 사용 경향에 영향을 준다. 이 요소들이 겹겹이 작용한 결과가 인류의 약 10%라는 안정된 비율이다. 다만 이러한 설명들은 현재까지 확인된 주요 가설일 뿐이다.
뇌 비대칭이 형성되는 방식, 태아기의 미세한 발달 차이, 문화적‧사회적 요인 등 아직 규명되지 않은 변수도 많다. 따라서 왼손잡이가 소수로 유지되는 이유 역시 앞으로 더 다양한 연구 속에서 새로운 설명이 더해질 여지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