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주인은 왜 닮아갈까 ᅳ 외모에서 성격까지

개주인과 개주인 어깨위에 개

산책을 하다 보면 개를 데리고 걸어가는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중에는 생김새나 표정에서 주인과 개가 놀라울 만큼 닮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마치 오래 함께한 가족처럼 시선이나 분위기까지 닮아 있는 듯한 모습이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사진만 보고도 짝을 맞춘다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의 마이클 로이(Michael M. Roy)와 니컬러스 크리스텐펠트(Nicholas J. S. Christenfeld) 연구팀은 도그파크에서 촬영한 45쌍의 개와 주인 사진을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 주인 한 명과 해당 주인의 개, 그리고 다른 개 한 마리 사진을 보고 올바른 짝을 고르게 했다. 그 결과, 순종견(purebred)의 경우 무작위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로 짝을 맞췄으나, 잡종견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는 시간이 지나 닮아간다기보다 처음부터 닮은 개를 선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추정컨대, 잡종견은 입양·구조 등 선택 폭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외모 유사성이 덜 나타날 수 있다).

2014년 일본 ‘간세이 가쿠인 대학교’의 나카지마 사다히코(Sadahiko Nakajima)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참가자들은 개와 주인의 얼굴에서 눈 부분만 남긴 사진을 보고도 약 80%의 정확도로 짝을 맞췄다.

또, 1999년 스탠리 코렌(Stanley Coren)이 학술지 Anthrozoös에 발표한 논문 “Do People Look Like their Dogs?”에 따르면, 여성의 머리 스타일이 개의 귀 모양 선호와 관련이 있었다. 긴 머리의 여성은 처진 귀(lop-eared)의 개(예: 잉글리시 스프링어 스패니얼, 비글,  골든 리트리버)를, 짧거나 뒤로 묶은 머리의 여성은 뾰족한 귀(prick-eared)의 개(예: 시베리안 허스키, 바센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개와 개주인_머리카락과 귀

선택의 순간부터 닮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향을 ‘무해한 나르시시즘(benign narcissism)’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닮은 외모나 분위기를 지닌 개를 선택하는데, 이러한 선택은 이후 성격 유사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 관계에서도 유사한 심리가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독일 예나의 막스 플랑크 지구인류학연구소 야나 벤더(Yana Bender) 박사는 이를 우리가 연인을 찾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개와 주인은 여러 인간 관계에 필적할 만큼 밀접한 관계를 공유한다

성격과 기질의 동기화

2012년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교(Eötvös Loránd University)의 보르발러 투르찬(Borbála Turcsán), 안나 키스(Anna Kis) 연구팀은 78쌍의 개와 주인을 대상으로 설문과 행동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주인의 외향성(extraversion)이 높으면 개도 더 외향적으로 행동했고, 주인의 신경증 성향(neuroticism)이 높으면 개가 명령에 반응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개와 주인의 성격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또한 투르찬 연구팀은 개의 성격 중 약 3분의 1은 유전, 나머지 3분의 2는 환경에 의해 형성된다고 보고했다. 특히 강아지 시절부터 함께한 주인은 개의 행동과 감정 반응을 결정짓는 핵심 환경 요인이다. 일례로, 큰 트럭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갈 때 개는 주인을 바라본다. 주인이 태연하다면, 개 역시 ‘위협이 아니다’라고 학습한다.

개와 개주인_석양 노을

감정의 거울 효과

수만 년간의 가축화(domestication) 과정을 거치며 개는 인간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했다. 그 결과, 개는 주인의 감정 상태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인이 차분하면 개도 차분해지고, 주인이 불안하면 개도 불안해진다. 이는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감정을 조율하고 모방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법

전문가들은 개와 주인이 닮는 현상을 단순한 흥밋거리로만 보지 말고, 이를 긍정적인 행동과 태도를 전파할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일관성 있는 훈육, 안정된 태도, 충분한 긍정적 상호작용은 개의 성격을 건강하게 만들고, 동시에 주인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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