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많이 하면 정말 뇌가 고갈될까

사고의 피로를 상징하는 그림

“머리를 너무 써서 그런지 많이 피곤하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집중해서 일한 뒤 느끼는 피로를 뇌의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직관은 과학적으로는 정확하지 않다.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해서 실제로 뇌가 ‘고갈’되지는 않는다. 그럼 왜 우리는 지쳤다고 느끼는 걸까.

뇌는 가만히 있어도 이미 에너지를 쓰고 있다

뇌는 몸무게로 보면 매우 작은 기관이지만 산소와 에너지 소비는 상당하다. 우리가 숨으로 들이마시는 산소의 상당 부분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을 때조차 뇌로 향한다.
이 에너지는 계산이나 사고를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의 막 전위를 유지하고 신호 전달 체계를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 데 사용된다. 다시 말해, 뇌는 기본적으로 ‘켜진 상태’를 유지하는 데 이미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

그래서 가만히 있을 때와 집중해서 생각할 때, 뇌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생각이 에너지를 고갈시키지는 않는다

기억을 떠올리거나 문장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고등 인지 활동은 특정 뇌 영역을 활성화시키지만, 그로 인해 추가로 소모되는 에너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국소적인 변화는 존재하지만 몸 전체의 산소 소비나 심박수 수준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지는 않는다.

즉, 생각이 많아졌다고 해서 뇌의 연료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일은 없다. “머리를 써서 에너지가 다 떨어졌다”는 표현은 생리적 사실이라기보다 감각적인 표현에 가깝다.

그런데 왜 우리는 피곤해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사고를 한 뒤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계속하기 싫어지는 느낌이 분명히 든다. 이 현상은 여러 실험에서도 확인된다. 어려운 인지 과제를 수행한 뒤,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더 빨리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중요한 점은 이때 측정된 혈압이나 심박수, 산소 소비량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가 부족해서 멈춘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피로의 정체는 에너지가 아니라 동기다

차이를 만든 것은 연료가 아니라 동기였다. 복잡한 사고를 지속하면 뇌는 그 활동이 계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재평가한다. 얻는 보상에 비해 부담이 크다고 판단되면 수행을 멈추도록 신호를 보낸다. 이때 우리는 그것을 ‘피로’로 느낀다. 즉, 뇌가 멈춘 것이 아니라 뇌가 더 이상 설득되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

생각 때문에 뇌가 고갈되는 일은 없다. 우리가 지쳤다고 느끼는 것은, 뇌가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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