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솜사탕 (포르투갈 브라가에서)
By Joseolgon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치과의사와 제과업자의 협업
1897년, 미국 테네시(Tennessee)에서 치과의사 윌리엄 모리슨(William Morrison)과 제과업자 존 워튼(John Wharton)은 설탕을 구름처럼 뽑아내는 기계를 발명했다. 치아 건강을 지켜야 할 치과의사가 오히려 설탕을 활용한 발명품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했지만, 당시로서는 대단히 참신한 혁신이었다.
이 기계에서 만들어진 설탕 구름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에서 ‘요정의 실(Fairy Floss)’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흰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 솜사탕을 처음 손에 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건 마법 같은 달콤함이었다.
설탕이 실이 되는 순간
솜사탕 기계(cotton candy machine)의 원리는 물리와 화학의 만남에 있다. 기계 속으로 들어간 작은 결정 형태의 설탕이 전기 저항이나 가스 불꽃으로 가열되면서 끈적한 액체로 변한다. 동시에 원통이 빠르게 회전하며 원심력이 작용해 액체 설탕을 바깥 벽으로 밀어낸다.
원통 벽에는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다. 액체 설탕은 그 틈을 뚫고 나오며 차가운 공기와 접촉하고, 순간적으로 다시 굳는다. 이때 만들어진 것은 머리카락보다 훨씬 얇은 섬유질의 설탕 실이다. 그 실들이 겹겹이 쌓이며 큰 구름처럼 부풀어 오르면 우리는 비로소 솜사탕을 만난다.
단맛의 과학
솜사탕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모양 때문만은 아니다. 같은 양의 설탕이라도 훨씬 강렬한 단맛을 내는데, 이는 표면적이 크게 넓어지기 때문이다. 가늘게 뽑힌 설탕 섬유는 입안에 닿자마자 빠르게 녹으며 짧고 강렬하게 퍼져 나가는 달콤함을 선사한다. 설탕 알갱이 하나하나가 가진 힘이 부풀어 오른 사탕 구름 속에서 배가되는 것이다.

꽃모양 솜사탕을 만들고 있는 ‘일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이미지
By Mahmoud SalahPh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색과 향으로 확장된 세계
오늘날 솜사탕은 단순한 흰 설탕 덩어리가 아니다. 딸기, 바나나, 민트 등 다양한 색소와 향료가 더해지며 맛과 모양이 한층 다채로워졌다. 축제나 길거리에서는 솜사탕 장인들이 그것을 꽃이나 동물 모양으로 빚어내며 즐거움을 더한다. 그러나 발명된 지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솜사탕 기계의 기본 원리는 여전히 그대로다.
거리에서 이어지는 달콤한 기억
솜사탕은 발명 이후 줄곧 거리와 축제의 단골 손님으로 남아 있다. 커다란 원통이 회전하며 흰 구름을 뽑아내는 장면은 놀이공원의 매대에서도, 동네 길가의 작은 수레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솜사탕을 한 입 베어 물며 눈을 반짝이고, 어른들은 그 모습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미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어린이 할로윈 파티에 초대된 지역 일본 어린이들
By United States Marine Corps,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작은 발명이 남긴 큰 마법
솜사탕 기계는 단순한 간식 제조기를 넘어 과학이 일상에 녹아드는 방식을 보여주는 발명품이다. 원심력, 열역학, 그리고 분자 수준의 상태 변화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달콤한 구름은 한 세기를 넘도록 사람들의 손끝과 입가에 즐거움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