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는 어떻게 세계인의 게임이 되었을까

체스게임

오늘날 우리는 체스를 단순한 보드게임 이상의 것으로 인식한다. 스포츠, 전략, 예술, 심지어 두뇌 싸움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지는 이 게임은 과연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전쟁을 모방한 전략 게임

체스의 기원은 1,500여 년 전 인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차투랑가(Chaturanga)’라 불리던 게임은 보병, 기병, 전차, 코끼리 부대라는 고대 인도의 4군을 각 플레이어가 담당하는 4인용 전략 게임이었다. 말 하나하나가 군대였고, 움직임은 전쟁의 은유였다.

흥미롭게도, 초기에는 주사위를 굴려 어떤 말을 움직일지 결정하는 운의 요소가 강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전략이 중심이 되는 형태로 진화했다. 그리고 차투랑가는 이슬람권에서는 샤트란지(Shatranj)로, 유럽으로 건너와서는 체스(Chess)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차투랑가

4인용 차투라지 방식으로 배치된 고대 인도 백단향 차투랑가 체스 세트

By Chaturaji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말의 변화, 규칙의 진화

차투랑가에서는 코끼리가 비숍 역할, 장관(보좌관)이 퀸 역할을 했다. 킹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동일하게 보좌관 오른쪽에 배치되었다. 이는 체스가 후에 유럽으로 건너가며 변화하게 되는 부분이다. 특히 퀸의 강화는 유럽 중세의 여왕 권력 강화와 연동되어 있는 문화적 변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체스말에 담긴 문화의 형상

체스는 단지 규칙뿐 아니라, 말의 외형에서도 그 시대와 문화의 흔적을 남긴다. 760년경 이슬람권의 체스말은 종교적 이유로 추상적인 형태를 띠었고, 12세기 루이스 섬(스코틀랜드)에서 발견된 세트는 바다코끼리 상아로 조각되었으며, 기독교 주교의 형상이 담겼다.

체스말 상아

바다코끼리 상아로 만든 북유럽산 체스말.
By Lennart Larsen, Nationalmuseet,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2002년 알바니아 부트린트에서는 465년경으로 추정되는 아주 작은 상아 말들이 발굴되었고, 1958년 스페인에서는 모사랍 수도원에서 가장 오래된 유럽산 체스말이 발견되었다. 이들은 사슴 뿔로 만들어졌다.

귀족의 놀이에서 세계인의 스포츠로

중세 유럽에서 체스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상류층의 교양이 되었다. 체스를 둘 줄 아는 것이 곧 지성과 계급의 상징이었고, 전술은 가문을 통해 전해졌다. 반면 이슬람권에서는 체스와 유사한 샤트란지가 여전히 대중적인 놀이로 이어졌다.

이 게임은 오랜 시간 서로 다른 문명 속에서 형태를 바꾸며 살아남았고, 19세기 들어 하나의 통일된 규칙이 정착되며 오늘날 우리가 아는 체스가 완성되었다. 2014년에도 마지막 규칙 개정이 있었을 정도로, 체스는 끊임없이 수정되어왔다.

마무리하며

체스는 단순한 보드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과 철학, 종교와 사회 질서가 얽힌 복합 문화의 유산이다.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문명을 거쳐 진화하며, 오늘날 우리가 아는 지적 스포츠로 살아남았다.

실제로, 체스 한 판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다고 한다. 그 무한한 가능성은 체스가 오늘날에도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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