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뇌는 배운다, 그리고 스스로 재구성된다

뇌의 이미지

신경가소성의 정의

우리는 흔히 뇌를 고정된 구조물처럼 생각한다. 성인이 되면 뇌의 형태와 기능이 완성되고, 이후에는 점차 쇠퇴만 남는다고 믿는다. 그러나 오늘날의 뇌과학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역동적인 사실을 보여준다.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 neuroplasticity)이란 뇌의 신경망이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스스로 변형되는 성질을 말한다. 여기서 ‘가소성’이란 원래 금속이나 플라스틱처럼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뜻하는 말이다. 신경가소성이란 개념은 바로 그 유연성이 뇌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고 기억하고 익힐 때마다 뇌 속의 신경회로는 실제로 변화한다. 단지 기능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신경망의 물리적 구조 자체가 다시 짜이고 재조직된다.

눈을 가리면, 손끝이 시각을 대신한다

시각장애인이 놀라운 청각능력이나 섬세한 촉각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이제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이것이 단지 ‘감각의 보상’이 아니라, 뇌의 재구조화에 의한 결과임을 증명했다.

예컨대, 알바로 파스쿠알-레오네(Alvaro Pascual-Leone)의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단 5일간 눈가리개를 씌운 것만으로, 뇌의 시각피질이 촉각 정보 처리에 동원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시각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뇌는 그 기능을 재할당했다.

이러한 변화는 어릴 때에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뇌는 여전히 필요에 따라 새로운 경로를 만들고, 낡은 경로를 해체하고, 감각과 기능을 재조정한다.

런던 택시운전사, 그들의 뇌는 다르다

신경가소성의 대표적 사례로 종종 언급되는 것이 있다. 런던의 택시운전사들은 면허를 따기 위해 ‘The Knowledge’라는 시험을 준비한다. 런던의 복잡한 골목과 도로망을 암기하는 과정은 몇 년이 걸릴 만큼 혹독하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뇌를 MRI로 분석하여 공간지각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가 일반인보다 발달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억은 단순히 저장되는 정보가 아니다. 사용하고 훈련하면 뇌는 구조적으로 진화한다.

뇌는 스스로를 다시 구성한다

뇌는 고정된 회로가 아니다. 살아 있는 유기적 구조이며, 학습과 경험, 감각 자극, 운동, 심지어 명상까지도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기술을 익히며,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멈추지 않는 정신적 활동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생각하고, 배우고, 행동할 때 뇌는 우리와 함께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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