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어떻게 기억할까?

 

뇌와 사회적 연대

이미지 출저: 픽사베이

기억은 삶의 핵심 기능

기억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인식하는 데 필수적인 뇌의 기능이다. 이 정교한 기관은 경험을 저장하고 활용하여 우리가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다. 만약 삶 속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자신이라는 존재의 연속성을 상실하게 된다. 습득한 정보를 저장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언제나 미숙한 사고와 인식의 동일선상에 머물게 된다.

기억은 뇌에 축적된 정보이며 필요할 때 우리는 이를 꺼내어 사용할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신뢰와 이해를 쌓아가며, 생각을 이어나간다. 단순한 정보 저장을 넘어 기억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동물들도 기억한다

뇌는 워낙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현대의 과학으로도 아직 그 모든 능력을 완전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기억은 인간만의 능력이 아니며, 대부분의 동물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억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개는 순간적인 사건인 경우 단 몇 분만 기억하지만, 사람과의 유대나 반복된 경험은 오랫동안 잊지 않는다. 돌고래는 20년 넘게 동료를 기억할 수 있으며, 코끼리 역시 오랜 세월이 지나도 얼굴이나 위험한 상황을 잊지 않는다. 이처럼 동물마다 기억의 방식과 범위는 생존 전략에 따라 다양하게 발달해왔다.

인간에게 있어서 과거를 떠올리고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은 생존의 핵심이다. 많은 동물들은 생존에 필요한 정보만 기억하도록 진화했다. 예를 들어 다람쥐나 박새는 겨울에 대비해 먹이를 숨기고, 이를 기억해 다시 찾아낸다. 박새는 겨울을 나기 위해 먹이를 수천 개의 장소에 숨기고, 그 위치를 기억해 다시 찾아낸다.(출처: Columbia Zuckerman Institute) 이 놀라운 기억력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해마의 작용 덕분이며, 기억이 생존을 좌우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박새(Black-capped Chickadee)

박새(Black-capped Chickadee)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기억은 선택되고 변화한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단순한 생존 도구를 넘어서 있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깊은 인상을 남긴 경험을 더 오래 기억한다. 강한 감정이 동반된 경험은 뇌 속에 더욱 단단히 자리 잡는다. 기억은 형성되는 즉시 저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경험을 다 기억하면 과부하되므로 뇌는 경험을 선별한다. 감각을 통해 들어온 방대한 자극 중에서 뇌에 강한 영향을 준 정보는 먼저 단기기억으로 저장된다. 단기기억은 짧게는 20초 정도 지속되며 일부는 이내 사라진다. 하지만 반복되거나 중요하다고 판단된 정보는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억이 단순히 반복된다고 해서 항상 동일한 형태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억은 꺼내 쓸 때마다 그 당시의 감정, 새로운 경험, 현재의 관점과 섞이며 미세하게 변화한다. 반복적으로 떠올려진 기억은 점점 더 강해지지만, 그 과정에서 원래와는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재구성된다.

기억과 망각, 그리고 뇌의 균형

따라서 기억은 고정된 정보가 아니라 매번 다시 쓰이는 이야기처럼 유동적이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우리는 단순히 과거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자신에 맞게 과거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기억은 뇌의 여러 영역에 걸쳐 저장된다. 단일한 장소가 아니라 시각적 정보는 후두엽에, 감정적 정보는 편도체에, 사건의 맥락은 해마를 중심으로 분산되어 있다. 새로운 정보를 학습할 때마다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즉 시냅스는 강화되며 자주 떠올려지는 기억은 더 견고해진다.

하지만 뇌는 효율성을 위해 필요 없는 기억을 지우기도 한다. 이 망각의 과정도 기억 체계의 일부이며, 우리는 기억과 망각의 균형 속에서 스스로를 조절하며 살아간다. 결국 기억은 단순한 저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과 관계 맺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뇌가 만들어낸 가장 정교한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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