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일(Gargoyle), 물을 토하는 괴물의 기원

독일 작센안할트주 나움부르크의 성당의 가고일

독일 작센안할트주 나움부르크의 성당의 가고일 (출처: 픽사베이)

성당의 지붕 끝에서 몸을 내밀고, 입을 벌린 채 물을 쏟아내는 석상. 가고일(Gargoyle)은 흔히 중세의 기괴한 장식으로 이해되지만, 그 기원은 훨씬 구체적이고 기능적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프랑스 루앙의 전설이 있다.

물에서 태어난 존재

‘가고일’이라는 말은 프랑스어 가르구이예(gargouille)에서 유래했다. 목에서 물이 꿀꺽거리는 소리, 혹은 입으로 물을 쏟아내는 행위를 뜻하는 말이다. 어원부터 가고일은 물과의 연관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단어는 단순한 의성어에 머무르지 않고, 특정한 전설과 결합하며 하나의 형상으로 굳어졌다.

루앙의 전설, 라 가르구이유

중세 초기, 지금의 루앙 일대에는 세느강을 따라 올라오는 괴물이 살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이름은 라 가르구이유(La Gargouille). 이 괴물은 뱀처럼 길게 늘어진 목을 지녔고, 입으로 물을 토해내며 홍수와 난파, 익사를 일으키는 존재로 여겨졌다

강과 도시가 밀접하게 연결된 중세 사회에서, 물은 생명인 동시에 재앙이었다. 사람들은 통제할 수 없는 물의 힘을 하나의 괴물로 형상화했다.

성 로마누스와 괴물의 최후

전설에 따르면, 루앙의 주교였던 성 로마누스(Saint Romanus)는 십자가와 기도로 이 괴물을 제압했다. 괴물은 불태워졌지만, 이상하게도 머리와 목만은 타지 않았다고 한다. 물과 관련된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 불에 타지 않은 머리와 목은 도시를 지키는 상징으로 남겨졌고, 사람들은 그것을 교회 외벽에 매달았다.

여기서 중요한 전환이 일어난다. 재앙의 원인이었던 존재가 재앙을 막는 상징으로 바뀐 것이다.

전설이 건축이 되다

중세의 교회는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빗물이 벽을 타고 흐르면 석재가 빠르게 마모되었다. 물을 멀리 흘려보낼 장치가 필요했다. 이때 선택된 형상이 바로 입으로 물을 토하던 괴물이었다. 전설 속 이미지와 건축적 기능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 결과, 가고일은 입에서 물을 뿜어내고 지붕 끝에서 바깥을 향하는 구조를 갖게 된다. 가고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배수 장치다. 그러나 이 배수는 기술적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전설 속에서 재앙을 일으키던 물을 이제는 교회가 통제하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왜 무서운 얼굴인가

가고일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이유는 미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의도된 선택이다. 가고일은 성스러운 공간과 세속의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에 놓였고, 악을 바깥으로 몰아내는 상징으로 기능했다. 글보다 강력한 시각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 얼굴은 일부러 기괴하게 조형되었다. 중세 교회에서 조각은 하나의 언어였고, 가고일은 그 언어로 쓰인 선언이다. 이곳은 물과 재앙이 통제되는 공간이라는 선언이다.

가고일과 그로테스크

겉모습이 비슷해 종종 혼동되지만, 가고일은 실제로 물을 흘려보내는 기능을 가진다. 반면에 그로테스크는 장식용 조각일 뿐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그로테스크 조각. 배수 기능은 없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그로테스크 조각. 배수 기능은 없다. (출처: 픽사베이)

오늘날 유명한 성당의 외벽에서 보이는 많은 조각은 사실 기능 없는 그로테스크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것들을 가고일이라 부른다. 이미 가고일은 기능을 넘어 하나의 이미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형상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남아 있는 가고일과 유사한 조각들은 이 전설과 상징이 후대에 어떻게 재해석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실제 중세의 가고일이라기보다 인간의 상상력이 덧입혀진 형상들이다.

마무리하며

가고일은 괴물의 전설에서 태어나 물을 다스리는 장치가 되었고, 결국 도시와 성당을 지키는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가고일은 언제나 지붕 끝에, 하늘과 땅의 경계에, 안과 밖 사이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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