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치매(dementia)를 일으키는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이 병은 단순한 기억력 감퇴를 넘어, 사고력‧판단력‧언어 능력 등 인지 기능 전반을 서서히 손상시킨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5,500만 명이 알츠하이머병이나 이와 유사한 형태의 치매를 앓고 있으며,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100만 명 넘는 치매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병의 원인: 아밀로이드와 타우
알츠하이머병의 핵심에는 두 종류의 단백질, 아밀로이드(amyloid)와 타우(tau)가 있다. 정상적인 뇌에서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제거되지만,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는 이 단백질이 제대로 청소되지 못하고 뭉쳐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를 형성한다. 플라크는 신경세포(뉴런) 사이에 끼어들어 신호전달을 방해하고, 세포 기능을 저하시킨다.
타우 단백질의 이상은 세포 내부에서 일어난다. 건강한 뉴런에서는 타우가 미세소관(microtubule)에 결합해 세포 내 영양분을 운반하고 구조를 유지한다. 그러나 병이 진행되면 타우가 미세소관에서 떨어져 나와 서로 뭉치며, 신경섬유 엉킴(neurofibrillary tangle)을 형성한다. 이 엉킴이 뉴런 내부에 쌓이면 신호전달을 방해하고 세포를 손상시켜, 결과적으로 뉴런이 죽어가고 뇌 조직이 점차 위축된다.
뇌의 변형: 위축과 손실
장기 기억의 초기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뇌의 주요 영역들을 강조한다
By Bernstein0275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질환은 주로 해마(hippocampus), 즉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에서 시작된다. 초기에는 최근의 사건이나 약속을 잊어버리는 등 단기 기억 문제가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뇌피질(cerebral cortex)로 확산되어 언어·추론·사회적 판단력이 함께 손상된다.
병이 진행될수록 뉴런이 파괴되고 뇌 조직이 줄어들며, 이는 뇌 위축(brain atrophy)으로 이어진다. 겉에서 보면 뇌의 주름(회선)은 얇아지고, 홈(고랑)은 넓어진다. 동시에 뇌척수액을 담는 뇌실(ventricle)은 팽창하며,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MRI 영상에서도 뚜렷하게 관찰된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단일 유전자가 아닌 70개 이상 유전자 영역의 복합적 상호작용이 관여한다.
또한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연구에서는 금속 노출(특히 알루미늄), 바이러스 감염, 식이 독소 등이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어떤 요인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증상의 여정
초기에는 건망증이 가장 먼저 나타나며, 익숙한 길을 잃거나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기에는 언어 능력 저하, 감정 변화, 사회적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고, 후기에는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인지적 쇠퇴는 단순한 노화와는 질적으로 다르며, 신경세포 자체의 손상이 누적된 결과다.
치료와 새로운 시도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완치할 방법은 없다. 치료는 주로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약물은 콜린에스터라아제 억제제(예: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증가시켜 인지 기능을 보조한다. 최근에는 병의 근본 원인인 단백질 축적을 겨냥한 항체 치료제가 등장했다.
그중 주목받는 약물이 도나네맙(Donanemab)이다. 2023년 7월 발표된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질병 초기 단계 환자의 기억력 저하 속도를 약 35% 늦추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이 약은 면역세포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유도한다. 실험 종료 시점에는 참가자의 약 4분의 3에서 아밀로이드가 거의 사라졌다. 다만 타우 축적이 심한 후기 환자의 경우에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도나네맙은 2024년 7월 미국 FDA의 정식 승인을 획득했으며, 현재 영국과 유럽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도 허가 심사가 이어지고 있다.
결론
알츠하이머병은 뇌세포가 서서히 사라지며 인간의 정체성 – 기억, 언어, 감정 – 을 무너뜨리는 질환이다. 오랫동안 이 병은 치료법은커녕, 진행을 늦추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근래 들어 조기 진단 기술과 표적 치료제가 잇따라 개발되며, ‘치료 불가능’이라 여겨지던 경계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