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슈라(Tonsura): 수도사의 독특한 머리 모양에 담긴 의미

톤슈라 머리를 한 수도사

성 도미니코(Saint Dominic)의 초상(1440년경, 프레스코 벽화 부분)

By Fra Angelico,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톤슈라란 무엇인가?

중세 유럽 수도사를 생각하면 정수리 부분은 완전히 밀고 원형으로 가장자리만 남긴 머리 스타일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이는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수도 생활 입문과 관련된 ‘톤슈라(tonsura)’라는 종교의식으로, 그 명칭은 ‘깎기 또는 잘라냄’을 뜻하는 라틴어 tonsūra에서 유래했다.

고대의 기원

머리를 미는 풍습은 기독교 이전부터 있었다. 그리스·로마 사회에서 머리를 민다는 것은 노예의 상징이었다. 노예들은 외형적으로 쉽게 식별될 수 있도록 머리를 밀었는데, 초기 기독교 수도사들이 이 풍습을 차용했다.

그들은 자신을 “그리스도의 종(Servi Christi)”으로 여기며, 머리카락을 깎는 행위를 복종과 겸손의 표지로 삼았다. 따라서, 머리 모양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영적 태도의 상징이었다.

로마식 톤슈라

5~6세기부터 톤슈라는 수도 생활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식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에는 지역과 수도회마다 다양한 형태가 존재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로마식 톤슈라(tonsura Sancti Petri, 성 베드로식 머리)’가 점차 일반화되었다.

이는 머리 전체를 깎고 둘레에만 머리카락을 남기는 방식이었다. 상징적으로는 예수에게 씌워졌던 가시관(corona spinea)을 형상화하는 것이기도 했다.

사라진 전통

톤슈라는 오랜 세월 동안 가톨릭 수도사와 성직자의 전형적인 외형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1972년, 교황 바오로 6세가 발표한 사도적 서한 ‘Ministeria Quaedam(몇몇 직무들에 관하여)에 의해 톤슈라는 성직 입문의 단계로서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오늘날 수도사들은 보통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유지한다. 전통주의 수도회 등 소수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톤슈라를 고수하는 경우는 없다.

마무리하며

톤슈라는 단순한 머리 모양이 아니라, 노예의 상징에서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신앙 고백으로 변형된 역사적 풍습이었다. 용어 자체는 라틴어에서 유래했으며, 단순히 ‘특이한 중세의 패션’이 아니라 영적 정체성과 복종의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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