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지(tacit knowledge)와 설명 가능한 지식의 차이

암묵지와 명시지를 빙산에 비교한 그림

명시지(설명할 수 있는 지식)와 암묵지의 비교

By ウィキ太郎(Wiki Taro),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지식, 암묵지

우리는 흔히 지식을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교과서에 적을 수 있고, 매뉴얼로 정리할 수 있으며, 말이나 글로 전달 가능한 정보가 지식이라는 인식이다. 이 관점에서는 지식이 명시적인 규칙이나 절차의 형태를 띠며, 설명 가능성은 지식의 핵심 조건처럼 취급된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되는 지식의 상당수는 이런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는 법, 사람의 얼굴을 구별하는 능력, 숙련된 기술자의 손놀림, 연구자가 느끼는 이상 징후에 대한 감각 등은 알고 있지만 언어로 정리하기 어렵다. 설명을 듣는 것과 실제로 수행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처럼 말로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렵지만 실제 판단과 행동에서 작동하는 지식을 암묵지(tacit knowledge)라고 한다.

우리는 언제나 암묵지를 사용하고 있다

암묵지는 특정 전문 영역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일상적인 판단과 인식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용된다.

사람의 표정을 보고 상황을 판단하거나, 문장이 자연스러운지 어색한지를 즉각적으로 구분하고, 어떤 선택이 위험할지를 빠르게 감지하는 과정이 그렇다. 이러한 판단은 대부분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근거를 언어로 설명하려 하면 어려움이 따른다.

이 지식들은 규칙이나 정의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지 않다. 반복된 경험을 통해 감각과 인식의 패턴으로 축적된 것이다. 암묵지는 이처럼 의식적인 설명을 거치지 않은 채 사용되며, 사용 중에도 지식으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암묵지를 개념화한 마이클 폴라니

마이클 폴라니 사진

마이클 폴라니, Public Domain.

암묵지라는 개념을 학문적으로 정식화한 인물은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 1891–1976)다. 그는 헝가리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물리화학자이자 철학자로, 과학 연구의 실제 작동 방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식의 성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폴라니가 주목한 것은 과학이 명시된 규칙과 공식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는 과학적 연구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보았다. 실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해석하며 추가 검증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과학자는 설명되지 않은 직관과 감각에 의존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연구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논문이나 공식 기록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폴라니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We know more than we can tell, 즉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장은 암묵지를 가장 간결하게 요약한 표현으로 널리 인용된다.

과학조차 암묵지 위에서 작동한다

과학은 종종 완전히 명시적이고 객관적인 지식 체계로 이해된다. 그러나 폴라니의 관점에서 보면 과학적 지식 역시 암묵지에 의존한다.

어떤 데이터가 의미 있는 결과인지, 어느 수준의 오차가 허용 가능한지, 실험을 반복해야 할 시점이 언제인지는 규칙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판단에는 경험을 통해 형성된 감각이 개입된다. 이 감각은 훈련과 반복을 통해 체득되는 것이지, 문서나 공식으로 이전되기 어렵다.

따라서 폴라니는 완전히 명시적인 지식만으로 구성된 과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모든 명시적 지식은 암묵지를 토대로 형성되며, 암묵지는 지식 체계의 배경으로 기능한다.

암묵지는 전달될 수 있는가

구두를 만드는 남자와 소년(Émile Adan)

도제: 구두를 만드는 남자와 소년 (Émile Adan)

Public Domain (Library of Congress 소장), wikimedia commons.

암묵지는 언어적 설명을 통해 직접 전달되기 어렵다. 그러나 전혀 전달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달 방식이 명시적 지식과 다를 뿐이다.

암묵지는 주로 관찰, 모방, 반복 훈련을 통해 이전된다. 견습공이 장인의 작업을 따라 하며 배우고, 연구자가 선배의 판단 방식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습득하는 과정이 이에 해당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설명의 양이 아니라, 동일한 환경에 얼마나 오래 노출되는가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암묵지는 지식이면서 동시에 관행에 가깝다. 특정 집단 내부에서는 자연스럽게 공유되지만, 외부에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마무리하며

암묵지는 특별하거나 신비한 능력을 가리키는 개념이 아니다. 일상적인 판단과 전문적 활동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지식의 한 형태다. 다만 우리는 설명과 기록이 가능한 지식만을 중심에 두어 왔고, 그 결과 암묵지는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마이클 폴라니의 논의는 이러한 지식의 성격을 개념적으로 정리하려는 시도였다. 암묵지는 지식의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지식이 작동하는 기본 조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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