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신드롬(Stockholm syndrome),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끌리는 심리

스톡홀름신드롬 사건 발생지

1973년 은행 강도 사건이 벌어진 노르말름스토리 광장의 옛 크레디트은행 건물(2012년 촬영)

By Holger.Ellgaard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개념과 정의

스톡홀름 신드롬(Stockholm syndrome)은 피해자가 자신을 위협하거나 가해하는 사람에게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심리 현상을 가리킨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옹호하거나 호감을 느끼는 태도로 나타난다. 심리학적 진단 체계에서 독립된 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범죄학과 심리학에서 피해자 행동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다뤄져 왔다.

용어의 기원

이 명칭은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발생한 은행 강도 사건에서 유래한다. 두 명의 강도가 은행을 점거하고 직원들을 6일간 인질로 잡았다. 경찰은 교착 상태 끝에 인질들을 구출했지만, 이후 인질들이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이었고, 일부는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인질 중 한 명은 가해자의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했고, 또 다른 인질은 이후 가해자와 교류를 이어갔다. 이러한 태도는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범죄심리학자 니엘스 베예로트(Nils Bejerot)가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발생 조건과 심리적 기제

스톡홀름 신드롬은 주로 피해자가 장기간 외부와 단절된 채 가해자와 함께 생활할 때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가 폭력과 위협을 가하면서도 음식이나 물을 제공하는 등 최소한의 친절을 보이면, 피해자는 그것을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결국 가해자는 생존을 좌우하는 유일한 존재로 인식되며, 피해자는 그와의 관계를 심리적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심리학적으로는 이를 외상 결속(trauma bonding), 생존 전략적 순응, 인지적 왜곡으로 설명한다. 신경과학적 연구에서는 강한 공포와 불안이 지속될 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합리적 판단 능력이 제한되고, 작은 긍정적 신호에도 과도한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고 본다.

다양한 사례

1974년 미국에서 발생한 퍼트리샤 허스트(Patricia Hearst) 납치 사건은 대표적인 예로 언급된다. 언론 재벌의 손녀였던 허스트는 무장 단체에 납치된 후 그들과 함께 범행에 가담했으며, 당시 이를 스톡홀름 신드롬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제기되었다.

퍼트리샤 허스트(Patricia Hearst) 납치 사건

1974년 히베르나 은행 강도 사건 당시 은행 CCTV에 찍힌 무장 강도들의 모습

By Closed circuit security camera,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또한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의존하거나 애착을 보이는 경우, 혹은 컬트 종교 집단에서 신도들이 지도자에게 충성을 보이는 사례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보고된다.

학문적 논의

스톡홀름 신드롬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개념이지만, 학문적으로는 논쟁이 존재한다. 국제질병분류(ICD)나 정신질환 진단편람(DSM)에 정식 진단명으로 수록되어 있지 않으며, 일부 학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외상 결속의 하위 범주로 본다.

연구는 주로 사례 보고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규모 실증 연구는 부족하다. 따라서 독립된 임상적 증후군으로 확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범죄학과 피해자학에서는 피해자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행동을 이해하는 설명틀로 여전히 활용된다.

대중문화 속 활용

‘스톡홀름 신드롬’은 그 사건 이후 정치·사회·문화적 맥락으로 활용이 확대되었다. 언론 보도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극적 장치로도 사용되면서 대중에게 폭넓게 인식된 개념이 되었다.

사건 자체가 영화화되기도 했다. 2003년 스웨덴에서는 〈Norrmalmstorg〉라는 제목의 영화가 제작되었고, 2018년에는 캐나다에서 에단 호크 주연의 〈Stockholm〉이 개봉했다. 2022년에는 넷플릭스에서 사건의 공범 클라르크 올로프손을 다룬 드라마 〈클라르크〉가 방영되기도 했다.

마무리하며

스톡홀름 신드롬은 1973년 은행 강도 사건을 계기로 알려졌으며, 이후 다양한 맥락에서 피해자 심리를 설명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독립된 정신 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피해자의 행동을 이해하고 사회적 대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참고되는 개념으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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