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기세포는 근육, 신경, 혈액 등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By Haileyfournier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모든 세포의 출발점
우리가 몸을 이루는 세포들은 각자 맡은 역할이 분명하다. 근육세포는 수축하고, 신경세포는 신호를 전달하며, 간세포는 대사를 담당한다. 그러나 이 모든 세포의 출발점에는 아직 어떤 역할도 정해지지 않은 세포가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줄기세포(stem cell)이다.
줄기세포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기 자신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전혀 다른 종류의 세포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두 능력 덕분에 줄기세포는 생명의 시작과 성장, 그리고 재생이라는 주제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가 된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세포
줄기세포는 처음부터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신, 주변 환경과 신호에 따라 어떤 세포가 될지가 결정된다. 수정란에서 출발한 초기 세포는 이론적으로 하나의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는데, 이 단계의 세포를 전능성을 가진 상태라고 부른다.
이후 세포가 분열을 거듭하면서 선택지는 점점 줄어든다. 어떤 줄기세포는 신경세포나 근육세포처럼 여러 종류로 분화할 수 있지만, 또 어떤 것은 특정 조직으로만 변할 수 있다. 생명은 이렇게 가능성을 하나씩 좁혀가며 형태를 갖추어간다.
몸 안에도 줄기세포는 존재한다
줄기세포는 배아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세포가 아니다. 성인의 몸속에도 줄기세포는 남아 있다. 피부가 재생되고, 혈액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며, 장 점막이 빠르게 교체되는 것은 성체 줄기세포(adult stem cell) 덕분이다.
다만 이 세포들은 배아 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보다 분화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유지하고 복구하는 데에는 충분한 능력을 지닌다. 생명이 스스로를 관리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의학이 줄기세포에 주목하는 이유
줄기세포가 의학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손상된 조직을 교체하거나 회복시킬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장기이식은 면역 거부 반응과 기증자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줄기세포는 이 문제를 다른 방향에서 풀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져 왔다.
현실의 연구는 아직 신중한 단계에 있다. 완성된 장기를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조직 재생을 돕거나 질병을 연구하기 위한 모델로서는 이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대와 과장이 뒤섞인 이미지와 달리, 줄기세포 연구는 매우 느리고 정밀한 과정이다.
윤리와 기술, 그리고 현재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오랫동안 윤리적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배아를 생명의 시작으로 볼 것인가, 연구 자원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논쟁 속에서 과학은 멈추기보다는 새로운 길을 찾았다.
이미 분화된 세포를 다시 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역분화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Cs) 기술이 등장하면서, 줄기세포 연구의 무게중심은 점차 이동하고 있다. 이 기술은 윤리적 갈등을 줄이는 동시에, 개인 맞춤형 의학이라는 새로운 가능성도 열어주었다.
줄기세포를 이해한다는 것
줄기세포는 기적의 치료제가 아니다. 그러나 줄기세포를 이해하는 일은 생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지를 이해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가능성과 한계, 기대와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분야이기에 줄기세포는 여전히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몸은 어떻게 스스로를 회복하는가. 줄기세포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답을 품고 있는 세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