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출처: 픽사베이)
누가 ‘세계의 7대 불가사의’란 말을 처음 썼을까?
‘세계의 7대 불가사의’라는 표현은 고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과 예술 작품을 일컫는다. 이 표현을 처음 사용한 이는 기원전 2세기 작가인 안티파트로스(Antipatros von Sidon)였다. 그의 기록은 단순히 철학적 고찰이나 예술적 분석이 아닌, 당시 무역로를 따라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여행 안내서였다. 그가 설명한 일곱 가지의 불가사의는 오늘날에도 신화처럼 회자되며, 그 상징성은 인류 역사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안티파트로스가 선정한 일곱 가지 불가사의
1 그리스 올림피아의 제우스 상 (Phidias의 작품)
2. 소아시아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3.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로스 영묘
4. 로도스 섬의 거대 태양신상(Helios)
5. 아프리카의 기자 피라미드
6. 아시아의 세미라미스의 공중정원
7. 바빌론의 성벽 (후에 알렉산드리아의 등대로 대체됨)
특히 그의 기록에서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는 언급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의 책이 그리스인들을 위한 여행안내서였고, 그들에게는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리스인이 아크로폴리스를 ‘새롭게’ 발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숫자 7의 상징적 의미
그런데, 하필이면 왜 7이었을까? 고대부터 7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숫자로 여겨졌다. 이집트와 바빌로니아 철학 및 천문학에서는 7이 두 개의 ‘생명 숫자’인 3과 4의 합으로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했다. 3은 아버지, 어머니, 자녀를 의미하며, 생명의 기초를 상징했다. 4는 하늘과 바람의 네 방향을 나타내며, 그 방향에서 생명을 유지시키는 비가 내리고,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고 믿어졌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7을 신성한 숫자로 여기며, 그들의 천문학에서 일곱 개의 주요 천체를 기반으로 시간과 달력을 설계했다. 이 일곱 개의 천체는 태양, 달, 그리고 다섯 개의 주요 행성(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을 포함한다. 이 때문에 7일로 이루어진 한 주의 개념이 형성되었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스라엘 의회 앞 메노라 조형물, 크네세트 메노라(Knesset Menorah)
고대 문화 속 일곱의 상징
고대 문화에서 ‘일곱’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특별한 상징성을 지닌 존재였다. 유대교에서는 일곱 갈래로 나뉜 촛대인 메노라(Menorah)가 여섯 개의 평일과 안식일(Sabbat)을 나타내며, 완전한 주기를 상징했다. 또한, 그리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Pythagoras)는 삼각형(3)과 사각형(4)을 완전한 도형으로 보았고, 그 합인 7을 신성한 숫자로 여겼다. 이는 수학적 완전함과 조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기독교의 경전인 구약성경에서는 하나님이 세상을 엿새 동안 창조하고, 일곱째 날에 쉬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때문에 유대교와 기독교 모두에서 7은 창조의 완성, 안식, 그리고 신성함을 상징하는 숫자가 되었다.
로마제국에서도 일곱은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로마는 일곱 언덕 위에 세워졌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이는 도시의 영속성과 완전함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일곱은 고대 문화 속에서 생명, 조화, 완전함을 상징하는 숫자로서 깊이 자리 잡았으며, 이후로도 다양한 신화와 전승 속에서 그 의미를 이어갔다.
신화와 이야기 속 일곱
‘일곱’이라는 숫자는 신화와 이야기 속에서도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동화와 전설 속에서 ‘일곱’은 완전함과 신비로움을 상징한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신밧드의 7번의 항해에서는 바다를 건너며 일곱 번의 시련을 겪고, 인도의 전설에는 우주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곱 성인(Seven Sages)이 등장한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와 함께 숲 속에서 생활하며, 그 상징적 의미를 전한다. 또한, 일곱 마리의 까마귀(The Seven Ravens)에서는 저주받은 일곱 오빠를 구하기 위한 막내 여동생의 여정이 펼쳐진다. 한국의 전통 이야기인 견우와 직녀도 음력 7월 7일에 만나는 전설로, 일곱의 상징성을 전한다.
이처럼 세계 곳곳의 이야기 속에서 ‘일곱’은 신비롭고 완전한 숫자로 묘사되며, 문화적 전승 속에서 그 상징성을 이어오고 있다.
일곱의 현대적 의미와 문화적 흔적
‘일곱’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고대의 상징에 머물지 않고 현대 사회에서도 강한 상징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주일의 7일 개념은 바빌로니아 천문학에서 비롯된 전통이지만, 시간의 순환과 완전성을 나타내며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또한, 무지개 색깔이 7개인 것은 자연 속의 완전함을 상징하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 문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에서 완전함과 균형의 상징으로 활용된다.
종교적 전통에서도 일곱의 상징성은 여전히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주요 종교에서 일곱은 완전함과 신성함을 의미하며, 의식과 의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상징성은 인류의 무의식 속에 내재되어, 자연의 순환, 시간의 흐름, 문화적 전승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