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비밀 – Sub Rosa 이야기

장미꽃

장미하면 쉽게 떠오르는 것은 사랑, 열정, 낭만 같은 단어들이다. 하지만 장미는 전혀 다른 상징도 품고 있다. 바로 비밀과 침묵이다.

고대에서 시작된 상징

장미가 비밀을 뜻하게 된 기원은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미는 신 호루스(Horus)에게 바쳐진 꽃이었다. 어린 호루스를 묘사한 조각상 중에는 그가 손가락을 입에 대고 있는 모습이 있다.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이것을 ‘침묵의 신’에 대한 표현으로 해석했다. 이 형상은 장미와 “말하지 말라”는 의미를 연결하는 첫 단서가 되었다.

아기 호루스 상

어린 호루스 상 (By Metropolitan Museum of Art, CC0, wikimedia commons)

Sub Rosa 장미 아래의 비밀

라틴어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sub rosa dicta velata est”
   (장미 아래에서 말한 것은 비밀이다.)

고대 로마의 연회장에서는 천장에 장미 장식을 달아두기도 했는데, 이는 그 자리에서 오간 대화는 절대 밖으로 발설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의미했다. 장미가 곧 비밀 유지의 상징이 된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이 전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중세의 회의장이나 협상 자리에서는 탁자 위에 장미가 놓이곤 했다. 이는 참석자 모두가 논의 내용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겠다는 암묵적 서약이었다.

현대의 장미, 정보기관의 상징

미 육군정보부 문장

장미와 지구본은 비밀스런(sub rosa) 활동과 전 세계적 임무를 의미한다

By US Army Institute of Heraldry,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오늘날에도 sub rosa는 법률이나 외교 분야에서 “비밀스러운, 비공개적인”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영어권에서는 여전히 “sub rosa meeting”이라는 표현을 쓰며, 이는 곧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회의를 의미한다. 미 육군 정보부 문장에 새겨진 장미도 비밀 유지와 은밀함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마무리하며

장미는 사랑의 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밀의 꽃이다. 고대의 신화에서 시작된 의미가 로마의 관습을 거쳐 중세와 현대까지 이어져, 오늘날에는 첩보기관의 문장에까지 남아 있다.

흔히 보는 상징이지만 어떤 것은 이처럼 수천 년의 문화와 역사가 겹쳐진 것도 있다. 장미를 볼 때 한번쯤 그 속에 숨어 있는 sub rosa 의 전통을 생각해보며 과거와의 접점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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