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련 특유의 ‘강인한 국가 서사’를 시각화한 프로파간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퍼뜨려야 할 것들
프로파간다(propaganda)라는 단어는 처음부터 공격적인 말이 아니었다. 어원인 라틴어 propagare는 ‘번식시키다’, ‘퍼뜨리다’라는 뜻의 동사였다. 이 말에는 숨김도, 기만도 없었다. 단지 어떤 것을 널리 전달한다는 의미였다.
이 단어가 제도 안으로 들어온 것은 17세기 초였다. 1622년, 가톨릭 교회는 선교 활동을 체계화하기 위해 포교부(Congregatio de Propaganda Fide)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이름 그대로 신앙을 전파하기 위한 기구였다.
이 시기의 프로파간다는 신앙 전파를 목적으로 한 행정 용어였다. 무엇을 전달하는지, 왜 전달하는지는 공개되어 있었고, 전달의 방식 또한 제도 안에 머물러 있었다. 이때의 프로파간다는 설득이 아니라 설명에 가까웠다.
국가의 언어가 되다
근대 국가가 형성되면서 프로파간다의 위치는 달라졌다. 종교 조직의 언어였던 ‘프로파간다’는 점차 국가가 시민을 상대로 사용하는 기술이 되었다.
이 변화의 핵심은 의도의 비대칭성이다. 국가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방향을 제시한다. 프로파간다는 이 틈에서 작동한다. 설득은 남고, 투명성은 줄어든다.
이때부터 프로파간다는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어떤 사실은 강조하고 어떤 사실은 침묵시키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아직 노골적인 조작은 아니지만, 더 이상 중립적인 언어도 아니다.
전쟁이 단어를 바꾸다
프로파간다의 의미가 결정적으로 변한 것은 20세기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이 단어를 전혀 다른 영역으로 밀어 넣었다.
전쟁에서 정보는 더 이상 설명이 아니다. 사기를 높이고, 적을 악마화하며, 의심을 제거하는 도구가 되었다. 이 시기부터 프로파간다는 사실 여부보다 효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얼마나 믿게 만들었는가.”
“얼마나 많이 움직이게 했는가.”
이 과정을 거치며 프로파간다는 ‘전달’의 언어에서 ‘조작’의 언어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이 변화 이후, 이 단어는 쉽게 중립성을 회복하지 못했다.
냉전과 심리전

미국을 전쟁을 획책하는 제국주의자로 풍자 (출처: 픽사베이)
전쟁이 끝난 뒤에도 프로파간다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형태가 바뀌었다. 냉전 시기, 프로파간다는 총알 대신 메시지로 싸우는 심리전의 핵심 도구였다. 상대 진영의 체제는 비이성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자기 진영의 질서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포장되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변화가 나타난다. 프로파간다는 더 이상 ‘특정 내용’을 가리키지 않게 된다. 누가 말하느냐, 어떤 프레임으로 말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이때부터 프로파간다는 “틀린 정보”가 아니라 의도를 숨긴 정보를 의미한다.
현대에 남은 단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흥미로운 점은 여기에 있다. 프로파간다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주체는 좀처럼 그 단어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현대의 프로파간다는 다른 이름으로 등장한다.
정보 전략, 메시지 관리, 여론 형성 등, 단어는 달라졌지만 작동 방식은 동일하다. 선택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감정을 자극하며, 판단을 유도하는 구조다.
단어가 남긴 것
프로파간다는 단어 자체보다 그것이 남긴 역사적 기억과 함께 작동한다. 그래서 이 말은 설명이라기보다 경고처럼 들린다.
이 단어를 사용할 때 우리가 묻게 되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이 말은 사실인가, 거짓인가가 아니다. 왜 이 말이 지금, 이런 방식으로 전달되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