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는 비둘기를 가리키는 단어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pigeon, 다른 하나는 dove다. 우리말로는 둘 다 ‘비둘기’로 번역되지만, 이 두 단어는 언어적 기원과 문화적 맥락, 일상적 용례에서 차이를 보인다.
어원의 차이
dove는 고대 영어 dūfe에서 비롯된 토착어다. 게르만어 계통에서 유래했으며, 오랫동안 잉글랜드 지역에서 쓰여 왔다.
반면 pigeon은 노르만 정복 이후 프랑스어 pijon을 통해 유입된 외래어다. 이 단어는 라틴어 pipio에서 유래하며, ‘삐약삐약 울다’는 뜻으로 아기 새와 관련이 있다.
상징성 대 일반성
둘 다 비둘기를 뜻하지만, 말이 쓰이는 장면에는 뚜렷한 상대적 경향이 존재한다.
dove는 작고 날렵한 비둘기를 이미지화할 때 주로 쓰이며, 종교적·의례적 맥락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띠고 등장한다. 특히 평화, 순수, 사랑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 단어는 성경에서도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올리브 가지를 문 흰 비둘기나 예수가 세례를 받을 때 성령이 비둘기처럼 내려오는 장면은 모두 dove로 표현된다. 이런 사례들은 이 단어에 상징적 이미지가 깊이 각인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pigeon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색빛의 몸집 큰 비둘기를 지칭할 때 자주 쓰이며, 특히 광장이나 거리에서 무리지어 움직이는 새를 떠올리게 한다. 영국식 영어에서는 ‘도시의 흔한 새’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붙어 있고, 쓰레기를 뒤지거나 지나치게 번식하는 모습으로 인해 부정적 인식이 따르기도 한다.
또한 pigeon은 ‘속기 쉬운 사람’이라는 의미의 속어로도 쓰일 만큼 일상적이며, 다소 가벼운 뉘앙스를 지닌다.
생물학적 구분
두 단어는 과학적 분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둘 다 비둘기과(Columbidae)의 새들을 지칭하는 일반명일 뿐이다. 예를 들어, rock dove와 rock pigeon은 둘 다 Columba livia, 즉 집비둘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이 둘은 각각 별개의 동물이 아니라, 하나의 대상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영어 표현이다. 단어 선택은 대화의 맥락, 문화적 연상, 전통적 이미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