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토의 역설(Peto’s paradox): 큰 동물은 왜 암에 더 강한가

페토의 역설을 설명하는 그래프

동물이 클수록 세포는 많아지지만, 돌연변이율이 낮아져 암 위험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By Aleah F. Caulin and colleagues, CC BY 4.0, wikimedia commons.

(그래프는 생쥐에서 고래까지, 몸집 증가에 따라 돌연변이율이 어떻게 감소하는지를 보여준다.)

명칭의 출발점

‘페토의 역설(Peto’s paradox)’은 생물학과 의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흥미로운 개념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동물이 크고 오래 살수록 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야 한다. 몸을 이루는 세포가 많을수록 그만큼 돌연변이 발생 가능성도 커지고, 오랜 수명은 암이 자라날 시간을 넉넉히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자연을 보면 이 예상은 놀랍게도 빗나간다. 코끼리, 혹등고래, 말처럼 거대하고 장수하는 종은 작은 설치류나 일부 단명한 동물보다 암 발생률이 훨씬 낮다. 이 모순처럼 보이는 현상을 최초로 지적한 사람이 영국의 역학자 리처드 페토(Richard Peto)이며, 그의 이름을 따 페토의 역설이라 부르게 되었다.

왜 ‘역설’인가

생명체의 암 발생은 기본적으로 확률 문제와 연결된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DNA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이 오류가 특정 조합을 만족하면 암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세포 수가 많고 수명이 길수록 암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처럼 보이지만, 자연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페토의 역설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암 발생에 가장 취약해 보이는 생물이 오히려 가장 잘 버틴다”는 사실이다.

연구가 밝히는 해결의 실마리

최근 웰컴 생어 연구소(Wellcome Sanger Institute)의 연구는 이 역설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대장에서 시간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돌연변이를 축적하는 세포를 분석했다. 흥미롭게도, 동물의 크기와 수명에 관계없이 이 세포들이 평생 동안 축적하는 돌연변이의 총량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생물 종마다 세포 분열 속도, 손상 복구 능력, 종 특유의 암 억제 메커니즘과 같은 요소를 조절함으로써 전체 돌연변이 부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진화적 전략을 획득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코끼리는 p53 종양 억제 유전자를 사람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고래는 세포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이 특별히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적응이 거대 동물에게 암에 대한 ‘추가 방어막’을 제공하는 셈이다.

역설이 던지는 질문

페토의 역설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암 연구와 진화 생물학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첫째, 암 억제 전략은 종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했다.

둘째, 동물의 크기와 수명만으로는 암 위험을 단순히 예측할 수 없다.

셋째, 자연이 마련한 이러한 해결책을 이해하는 일은 인간 의학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거대 동물이 암을 억제하는 방식에 대한 탐구는 향후 맞춤형 치료, 암 예방 전략, 노화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페토의 역설은 “세포 수가 많고 수명이 길면 암 발생이 높을 것이다”라는 단순한 논리를 깨뜨린다. 자연은 종별로 암 억제 전략을 진화시키며 암 위험을 조절해 왔고, 이 역설은 우리가 생명체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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