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약 7,000여 개의 언어가 존재한다. 그중 놀랍게도 800개 이상이 한 나라에 집중되어 있다. 인구는 작지만 언어의 다양성만큼은 그 어떤 나라보다 풍부하다. 바로 파푸아뉴기니다.
작지만 거대한 언어의 섬
남태평양에 자리한 파푸아뉴기니는 약 46만㎢의 땅에 1천만 명 남짓한 인구가 살아간다. 그러나 그 안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다채로운 언어의 지도가 펼쳐져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언어 집단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나라, 바로 그곳이 파푸아뉴기니(Papua New Guinea)다.
왜 이렇게 많은 언어가 생겼을까?
그 이유는 지리적 고립에 있다. 파푸아뉴기니는 험준한 산악 지형과 울창한 열대 우림, 그리고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자연적 장벽은 오랜 세월 동안 마을과 마을, 부족과 부족을 서로 단절시켰다.
그 결과, 인접한 마을이라도 서로 다른 언어를 쓰게 되었고, 수천 년 동안 독립적으로 발전한 언어적 다양성이 누적되었다.
언어는 정체성이다
파푸아뉴기니의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다. 각 부족 공동체는 자신들의 언어를 통해 조상의 역사와 신화, 전통과 기억을 이어간다. 언어는 곧 정체성의 핵심이며,
언어의 다양성은 곧 문화의 다양성이다.
이 때문에 한 언어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말 몇 마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로 전해지던 하나의 세계관이 사라지는 일이다.
공용어와의 공존
현재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세 가지 공용어가 사용된다.
- 영어(English): 식민지 시절의 영향
- 토크 피신(Tok Pisin): 영어 기반 크리올어
- 히리 모투(Hiri Motu): 남부 지역의 전통 교역어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주민들은 여전히 자신의 토착 언어를 사용한다. 한 개인이 세 가지 언어 이상을 구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는 ‘언어의 홍수’가 아니라, 공존과 다층적 정체성이 일상화된 사회의 모습이다.
세계 속 언어 다양성
언어의 수만 놓고 보면 파푸아뉴기니가 단연 1위지만,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는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인도, 미국 등도 상위권에 속한다. 이들 나라 역시 다민족·다언어 국가로, 지리·역사·이주·정치적 요인이 언어 다양성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어느 곳도 면적 대비 언어 밀도에서는 파푸아뉴기니를 따라잡지 못한다. 이 나라는 말 그대로 언어의 보고이자 살아 있는 언어 생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