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 오페라(soap opera)’’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가사일을 하며 라디오에 심취하는 미국 여성

라디오와 가사 노동의 시간대

‘소프 오페라(soap opera)’라는 용어는 특정 장르를 의도해 만든 이름이 아니다. 이 표현은 1920~1930년대 미국의 라디오 방송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당시 라디오는 가장 강력한 대중 매체였고, 낮 시간대의 주요 청취자는 가정에 머무르던 여성들이었다. 방송사는 이 시간대를 겨냥해 일상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연속 프로그램을 편성했고, 자연스럽게 가사와 밀접한 상품 광고가 함께 붙기 시작했다.

비누 회사가 드라마를 만들다

처음에는 방송 중간에 광고를 삽입하는 수준이었지만, 곧 상황이 달라졌다. 비누와 세제를 생산하던 대기업들이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직접 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프록터 앤드 갬블(Procter & Gamble), 콜게이트-파몰리브(Colgate-Palmolive), 레버 브라더스(Lever Brothers) 같은 기업들은 드라마 전체를 후원하거나, 아예 제작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

결과적으로 이 연속극들은 비누 광고를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가 되었고, ‘soap(비누)’라는 단어가 붙게 된다.

왜 하필 ‘오페라’였을까

‘오페라(opera)’라는 표현은 음악 장르를 뜻하는 말이었지만, 여기서는 다른 의미로 사용됐다. 이 연속극들은 사랑, 배신, 갈등, 오해, 화해 같은 강한 감정의 반복을 핵심으로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지는 극적인 전개, 과장된 감정 표현은 당시 사람들에게 “일상의 오페라”처럼 느껴졌다. 무대와 음악 대신, 라디오와 목소리로 전달되는 감정극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이 장르는 비누(soap)가 붙은 오페라(opera)라는 조소가 섞인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는 고상한 오페라를 흉내 내지만 실제로는 광고에 의존한 대중 드라마라는 점을 드러내는 표현이었다.

이름에 담긴 미묘한 평가

‘소프 오페라’라는 말에는 중립적인 설명 이상이 담겨 있었다. 이 명칭은 고급 예술이 아니라 소비와 일상에 밀착된 이야기라는 뉘앙스를 포함했다. 즉, 이 장르는 대중적이고, 상업적이며, 감정적으로 과장된 콘텐츠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특성 덕분에 소프 오페라는 일상 속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었고, 수십 년간 이어지는 장수 포맷이 되었다.

이름은 남고, 구조는 확장되다

오늘날 소프 오페라는 더 이상 비누와 세제 회사의 직접적인 후원 아래에서만 만들어지는 장르는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이 형식의 본질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소프 오페라에서 출발한 것은 특정 상품을 매개로 한 서사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형식은 일상의 감정을 장기적으로 이어 가는 이야기 구조로 확장되었다. 연속성과 과잉된 감정, 반복과 지연을 기반으로 한 이 서사 방식은 이후 다양한 텔레비전 드라마로 흡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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