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pandemic)은 어디에서 시작된 말일까

팬데믹으로 마스크를 쓰고 돌아 다니는 사람들

전염병을 설명하는 단어는 많지만 팬데믹(pandemic)만큼 인간 사회 전체를 아루르는 말은 드물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이 단어를 거의 일상어처럼 사용하게 되었지만, 그 뿌리는 생각보다 깊고, 의미의 변화도 흥미롭다. 팬데믹이라는 말이 어떻게 탄생했고, 왜 지금의 뜻을 갖게 되었는지 살펴보면 전염병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도 함께 드러난다.

말의 뿌리

팬데믹(pandemic)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어 pándēmos이다. pan(모두)과 dēmos(사람들)의 결합이지만, 처음부터 “전 세계적 유행병”을 뜻한 것은 아니다. 고대 문헌에서 이 단어는 주로 ‘공공의’, ‘사람 전체와 관련된’ 정도의 일반적 의미로 쓰였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도 등장하며, 플라톤은 『향연』에서 ‘대중적인 사랑(pandemic love)’이라는 표현으로 사용했다.

그 시기 의학에서는 오히려 epidēmic(에피데믹)이 먼저 통용되었다. 도시나 부족 전체에 퍼지는 병을 의미했지만, 그 규모는 지역적이었다.

팩데믹이 의학 분야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기원후 2세기 갈레노스의 글에서다. 그러나 당시에도 특정 질환을 지칭하기보다는 넓게 퍼진 상태를 묘사할 때 쓰이는 말에 가까웠다.

개념의 진화

팬데믹을 상징하는 만화 이미지

팬데믹이라는 말이 오늘날의 의미를 갖게 된 배경에는 근대 역학의 등장과 함께 전염병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있다. 교통망이 발달하고 도시가 거대해지자, 전염병은 더 이상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 않았다. 19세기 콜레라가 대륙을 넘나들며 확산된 경험은 인류에게 “국경을 넘는 병”이라는 새로운 위기를 각인시켰고, 팬데믹은 단순한 어원을 넘어 지리적 확산을 기준으로 파악되는 개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세기에 국제 보건 체계가 정비되면서 그 의미는 더욱 구체화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을 여러 대륙으로 확산되는 질병, 대다수 인구가 면역력을 갖지 않은 상태,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전염성이라는 세 요소를 함께 고려해 규정한다. 이 세 가지는 단순한 확산을 넘어, 질병이 사회 기능 전반을 흔드는 이유를 설명하는 핵심 기준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이후

전세계를 덮친 covid-19 이미지

코로나19는 팬데믹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제 팬데믹 ‘선언’은 단순한 의학적 분류가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대응 체계를 작동시키는 신호가 되었다. 이 말이 가진 의미가 현실의 정책·경제·사회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결되었다는 뜻이다.

또한 선언 시점에 대한 논란과 사회적 충격을 경험한 뒤, WHO는 팬데믹을 더 신중하게 규정하고 발표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과도한 공포나 혼란을 피하고, 실질적 대응을 조율하기 위한 조정이다.

이제 팬데믹은 특정 질병의 규모를 나타내는 기술적 용어라기보다, 국가와 사회가 동시에 압력을 받는 구조적 상황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단어 하나가 세계 질서의 흐름을 바꾸는 신호가 된 셈이다.

단어 속에 투영된 세계

팬데믹이라는 말은 인간 사회가 서로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본래 이 말은 단지 ‘모든 사람’을 의미했을 뿐이며, 질병과 직접 연결된 개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이 오늘날 의미하게 된 세계는 과거보다 훨씬 넓고 복잡하다.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이동 기술과 생활 방식의 변화를 반영하며, 사회적 충격은 경제·정치·문화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팬데믹이라는 말 속에는 이런 시대적 구조가 함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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