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는 어디에서 왔는가

그라운드 제로, 미국 뉴욕시 (2001년 9월 17일)

그라운드 제로, 미국 뉴욕시 (2001년 9월 17일)

By U.S. Navy photo by Eric J. Tilford,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우리는 그 피해의 중심을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뉴욕 세계무역센터 붕괴 현장을 가리키는 말로 전 세계에 각인되었지만, 실제로는 훨씬 이전부터 사용되어 온 용어다.

군사 용어에서 시작된 말

그라운드 제로는 본래 군사용어로 사용되었다. 특히 핵무기(nuclear weapon)의 등장과 함께 그 의미가 분명해졌다. 1940년대 중반, 원자폭탄 실험과 투하가 이루어진 이후 폭발 지점을 정확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커졌고, 이때 그라운드 제로라는 표현이 정착했다.

이 용어는 폭발이 공중에서 일어난 경우에는 그 바로 아래의 지면을, 지상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폭발 지점 자체를 가리키며, 피해가 가장 집중된 정확한 위치를 뜻한다. 흔히 사용하는 진앙(epicenter)과 달리, 그라운드 제로는 폭발의 효과가 지상에 투영된 지점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보다 구체적인 개념이다.

이 표현은 히로시마(Hiroshima)와 나가사키(Nagasaki)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후 널리 알려졌다. 당시 그라운드 제로는 단순한 좌표가 아니라, 파괴의 정도와 피해 범위를 설명하는 기준점으로 기능했으며, ‘가장 큰 손상이 발생한 지점’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게 되었다.

의미의 확장: 폭발에서 재난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그라운드 제로의 사용 범위는 점차 넓어졌다. 처음에는 핵폭발과 같은 군사적 사건에 한정되어 쓰였지만, 이후에는 폭격이나 대형 폭발의 중심을 가리키는 말로 확장되었다. 더 나아가 이 표현은 지진이나 산업 사고, 테러와 같은 대규모 재난(disaster)에서 피해가 가장 집중된 지점을 지칭하는 표현으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그라운드 제로가 단순한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말은 여전히 ‘모든 변화와 피해가 집중된 정확한 지점’이라는 공간적 의미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래서 어떤 사건이든 그 핵심을 설명할 때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9·11과 그라운드 제로의 대중화

9.11 테러 메모리얼 추모 공간

뉴욕 세계무역센터 터의 9·11 메모리얼 추모 공간 (출처: 픽사베이)

2001년 9월 11일 이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가 붕괴된 부지는 자연스럽게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이때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 자리가 단순한 사고 현장이 아니라 역사적 파괴와 변화가 집중된 지점임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오늘날 그라운드 제로는 재난 보도에서 관용적으로 사용되거나, 어떤 문제의 ‘근원’이나 ‘출발점’을 강조하는 비유적 표현으로도 쓰인다. 그러나 이 말에는 핵무기, 대규모 인명 피해, 돌이킬 수 없는 파괴라는 역사적 맥락이 깊게 스며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건에 가볍게 적용하는 것은 의미를 희석시키거나, 상황에 따라 부적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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