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비스 이볼루션” 광고 (메드웨이의 질링엄 기차역)
By Sunolafjagtenben-hur, CC0, wikimedia commons.
용어의 출발점
‘네크로(necro-)’는 그리스어에서 온 접두사로, ‘죽음’ 또는 ‘시체’를 뜻한다. 여기에 ‘브랜딩(branding)’이 결합된 ‘네크로 브랜딩(necro-branding)’은 사망한 유명인의 이름이나 이미지가 상업적으로 활용되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맥쿼리대학교의 마케팅학자 크리스 바우만(Chris Baumann)은 이를 “죽음 이후에도 브랜드가 유지되는 마케팅적 지속성”이라고 설명한다.
네크로 브랜딩이라는 말은 단순한 추모나 복고가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인물들이 상품, 공연, 광고, 디지털 콘텐츠 속에서 ‘브랜드’로 소비되는 방식을 뜻한다. 음악가, 배우, 화가 등 고인의 이름과 모습이 시장에서 계속 유통되며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기억이 경제적 자산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 ᅳ 대표 사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는 네크로 브랜딩을 가장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1977년 사망했지만, 저작권, 관광, 굿즈 등에서 여전히 큰 수익을 낸다. 포브스의 ‘사망한 유명인 수입’ 목록에 따르면 2023년 약 1억 달러, 2024년 약 5천만 달러로 집계되어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의 생가 그레이스랜드(Graceland)는 매년 6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고, 소셜미디어에서는 그의 음악과 스타일을 기리는 일종의 ‘숭배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바우만은 이러한 현상을 “상실감을 공유하는 집단적 추모이자 종교적 신앙에 가까운 브랜드 충성도”라고 설명한다.
사후 브랜드 시장의 규모
이른바 ‘사후 브랜드 시장’은 음악, 출판, 영화, 패션, 스포츠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어 있다. 사망한 유명인들의 사후 수익은 매년 수억 달러 규모로 집계되며, 이처럼 고인의 이름과 이미지는 저작권, 초상권, IP 라이선싱 등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포브스의 연례 집계 기준) 총액은 해마다 변동하지만,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찰스 슐츠, 프린스, 존 레논 등이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며 사후에도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과 상업적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이 확장한 사후의 존재
오늘날 네크로 브랜딩은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일례로, 2025년 엑셀 런던(ExCeL London)에서 열리는 ‘Elvis Evolution’ 공연을 들 수 있다. 여기서는 AI, 홀로그램, 증강현실 및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엘비스 프레슬리의 삶과 음악을 재현하는 몰입형 체험(immersive experience)을 제공한다. 관객들은 이 공연을 통해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그의 상징적인 순간들을 디지털 방식으로 실물 크기로 경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휘트니 휴스턴, 마이클 잭슨 등 홀로그램/디지털 콘서트 사례가 축적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네크로 브랜딩의 레퍼토리가 넓어지고 있다.
기억과 시장의 교차점
네크로 브랜딩은 단순히 “죽은 스타의 재조명”이 아니라 기억, 기술, 소비가 만나 만들어낸 현대 문화의 한 양상이다. 팬들에게는 추억을, 기업에는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며 죽음 이후에도 브랜드가 작동하는 시대를 보여준다.
네크로 브랜딩은 죽음을 끝이 아닌, 지속 가능한 이미지의 시작점으로 바꿔놓은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