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이 찬물보다 먼저 얼 수 있을까? 음펨바 효과(Mpemba effect)

같은 양의 물을 같은 환경에 놓는다면 찬물이 뜨거운 물보다 먼저 얼 것처럼 보인다. 뜨거운 물은 찬물과 같은 온도까지 내려간 뒤에야 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정한 조건에서는 처음에 더 뜨거웠던 물이 찬물보다 먼저 얼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음펨바 효과(Mpemba effect)’라고 한다. 다만 언제나 재현되는 법칙은 아니며, 정확한 발생 조건과 원인을 두고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스크림에서 시작된 질문

상이한 온도의 두 물 표본을 이용한 음펨바 효과 실험

두 물 표본의 냉각 속도를 비교해 음펨바 효과를 보여주는 그래프

By SVG version: Own work, CC BY 3.0, wikimedia commons.

 

음펨바 효과라는 이름은 탄자니아 학생 에라스토 음펨바(Erasto Mpemba)에게서 유래했다.

1960년대 초 음펨바는 학교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다가 뜨거운 상태로 냉동실에 넣은 혼합물이 식혀서 넣은 혼합물보다 먼저 어는 것을 관찰했다. 그는 교사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처음에는 잘못된 관찰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후 음펨바는 탄자니아를 방문한 물리학자 데니스 오즈번(Denis Osborne)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오즈번은 실험을 통해 처음에 더 뜨거웠던 물이 먼저 얼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음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1969년 그 결과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뜨거운 물이 더 빨리 얼 수 있다는 기록은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음펨바와 오즈번은 오랫동안 전해지던 관찰을 현대적인 실험의 대상으로 다시 끌어냈다.

어떤 요인이 영향을 줄까?

음펨바 효과를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증발과 대류, 과냉각 등이 실험 조건에 따라 결빙 순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된다.

  증발

뜨거운 물은 찬물보다 빠르게 증발한다. 물의 일부가 수증기로 빠져나가면 용기에 남아 얼어야 할 물의 양이 줄어든다. 증발할 때 열도 함께 방출되므로 냉각이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증발을 제한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고됐기 때문에 증발만으로 모든 사례를 설명할 수는 없다.

  대류

뜨거운 물에서는 온도 차이에 따른 대류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따뜻한 물은 위로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차가운 물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열이 이동한다.

이러한 순환은 물속의 열이 표면과 용기를 통해 빠져나가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물의 양이나 용기의 모양이 달라지면 대류의 형태와 냉각 속도도 달라질 수 있다.

  과냉각

물은 0℃에 도달했다고 해서 반드시 곧바로 얼지는 않는다. 얼음 결정이 생길 계기가 부족하면 액체 상태를 유지한 채 온도가 0℃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이를 ‘과냉각(supercooling)’이라고 한다.

일부 실험에서는 처음에 찼던 물이 더 낮은 온도까지 과냉각되는 동안 뜨거웠던 물에서 먼저 얼음 결정이 형성됐다. 이처럼 두 물의 과냉각 정도가 다르면 온도가 더 높았던 물이 먼저 얼기 시작할 수 있다.

‘먼저 언다’는 기준

음펨바 효과를 판단하려면 먼저 무엇을 ‘결빙’으로 볼 것인지 정해야 한다.

  • 물의 온도가 0℃에 도달한 시점
  • 최초의 얼음 결정이 생긴 시점
  • 수면에 얼음층이 형성된 시점
  • 물 전체가 완전히 언 시점

어느 기준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실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2016년 발표된 연구는 엄격하게 통제된 조건에서 뜨거운 물이 찬물보다 특정 온도에 먼저 도달한다는 일관된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후의 다른 연구에서는 결빙 시작 시점과 과냉각을 기준으로 음펨바 효과가 관찰되기도 했다. 《Scientific Reports》 연구, 영국왕립학회 연구

음펨바 효과는 “뜨거운 물은 찬물보다 빨리 언다”는 단순한 법칙이 아니다. 오히려 물이 어는 과정에는 처음의 온도뿐 아니라 증발과 대류, 과냉각, 용기와 냉각 환경 등 여러 조건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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