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소리에 과민한 뇌
누군가 껌을 씹는 소리만 들어도 신경이 곤두서는 사람이 있다. 국을 후루룩 마시는 소리, 반복되는 클릭 소리, 코를 훌쩍이거나 킁킁대는 소리처럼 사소한 일상의 소리가 불쾌감과 분노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반응은 단순한 짜증이나 예민함이 아니라, 뇌의 특정한 반응에서 비롯되는 미소포니아(misophonia, 선택적 소음과민 증후군)라는 현상이다.
소리가 뇌를 자극할 때
미소포니아는 특정한 소리가 감정적 폭발을 유발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스어로 miso는 ‘미움’, phonos는 ‘소리’를 뜻한다. 즉 ‘소리를 미워한다’는 의미다.
영국 뉴캐슬 대학교 연구팀은 미소포니아 환자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이 유발 소리를 들을 때 청각 피질(auditory cortex)과 운동 피질(motor cortex) 사이의 연결이 비정상적으로 강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얼굴과 목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면서, 듣기만 해도 마치 자신이 그 소리를 내는 듯한 감각이 생긴다.
이 현상에는 거울신경 시스템(mirror neuron system)이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타인의 행동을 보거나 들을 때 자신의 뇌가 비슷한 방식으로 활성화되는 이 시스템이, 미소포니아 환자에게서는 과도하게 작동해 불쾌감이나 분노 같은 감정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예민한 사람이 아니다
미소포니아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 뇌가 특정 자극에 대해 자동적으로 방어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현상은 성격이나 인내심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 처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경학적 반응의 차이다. 소리를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소리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는 뇌의 구조적 특성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대처와 이해
미소포니아를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은 아직 없지만, 증상을 완화하는 접근은 가능하다. 인지행동치료(CBT)를 통해 특정 소리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재조정하거나, 소리 재훈련(sound therapy)으로 자극에 점차 익숙해지도록 돕는 방법이 있다. 또한 백색소음이나 명상, 이완 훈련을 활용해 불쾌한 자극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핵심은 자신의 반응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감각 패턴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미소포니아는 단순히 소리에 대한 예민함이 아니라, 뇌가 특정 소리를 다르게 인식하는 방식이다. 듣기 싫은 소리의 이면에는 신경학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는 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