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나갔다’, ‘멘붕이다’, ‘멘탈이 약하다’. 요즘 대화에서 ‘멘탈’이라는 말은 지치거나 충격받았을 때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이제는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일상어처럼 들릴 정도다. 하지만 이 표현, 진짜 영어에서는 다르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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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은 ‘정신적인’이라는 뜻
‘멘탈’은 영어 단어 mental에서 왔다. 영어에서 mental은 ‘정신의’, ‘심리적인’, ‘지적인’이라는 뜻의 형용사로 mental health(정신 건강), mental illness(정신 질환), mental effort(정신적 노력) 등 주로 의학적·심리학적 맥락에서 사용된다. 즉, 영어권에서는 정신력이 약해졌다는 식의 감정 표현에는 쓰이지 않는다. “멘탈 나갔다”처럼 쓰는 건 한국식 해석일 뿐이다.
‘멘탈 나갔다’는 영어로 표현한다면
누군가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한국어에서는 “멘탈이 나갔어”라고 한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I’m losing it. (나 정신이 나갈 것 같아)
I’m overwhelmed. (벅차서 감당이 안 돼)
I can’t think straight. (정신을 못 차리겠어)
I had a breakdown. (완전히 무너졌어)
즉, 영어에서는 ‘정신’보다는 감정, 반응, 상황에 대한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 자연스럽다. ‘멘탈’ 하나로 상황을 뭉뚱그리는 식은 영어에는 잘 없다.
콩글리시로 자리 잡은 ‘멘탈’
한국에서는 ‘멘탈’이라는 말을 ‘정신력’, ‘심리적 안정’, ‘감정 컨트롤’ 등 여러 의미로 확장해 쓴다. 예를 들어 스포츠 해설에서 “멘탈이 강한 선수”란 말은 거의 표준처럼 쓰인다. 하지만 영어에서 mental은 그렇게 평가하는 말이 아니다. 정신력이 강하다면 이렇게 말한다.
mentally tough
resilient
focused
즉, 영어에서는 mental이 강하다보다는 mental + 어떤 상태를 설명하는 구조를 더 선호한다.
‘틀렸다’기보다 새롭게 만들어진 표현
‘멘탈 나갔다’는 표현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영어의 mental과는 쓰임이 다를 뿐이다. 이런 차이를 콩글리시(Konglish)라고 부른다. 영어에서 온 단어를 한국식으로 새롭게 해석하거나 조합한 말이다. 실제로 일본어, 독일어 등 다른 언어권에서도 이런 현상은 많다.
언어는 문화 속에서 변형되고, 때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기도 한다. 언어는 살아 있지만 정확함도 필요하다. ‘멘탈’이라는 단어 하나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언어는 쓰이는 곳에서 바뀐다는 것이다.
물론 원래 뜻을 아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의사소통이 목적이라면 정확한 단어 선택은 여전히 힘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