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Laser)와 테이저(Taser), 기술보다 먼저 태어난 이름

레이저와 테이저는 기술이 완성된 뒤에 붙은 이름이 아니라, 각각 과학 이론과 과학소설에서 먼저 만들어진 명칭이다.

레이저라는 이름의 유래

레이저광선쇼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레이저(Laser)는 처음부터 멋있거나 인상적인 이름을 목표로 만들어진 단어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길고 복잡한 과학적 정의를 간결하게 줄이기 위해 생겨난 약자이다.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
   (복사의 유도 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

이 표현은 장치의 이름이 아니라, 양자역학에서 정의된 물리적 현상 자체를 설명하는 문장이었다. 레이저라는 단어는 바로 이 문장의 머리글자를 묶어 만든 이름이다.

이 개념은 20세기 중반에 이미 이론적으로 정립되어 있었고, 1960년 시어도어 마이만(Theodore Maiman)이 루비 레이저를 제작하면서 비로소 현실의 장치가 되었다.

테이저라는 이름의 유래

찰용 X26 TASER

경찰 지급용 X26 테이저건

By Junglecat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테이저(Taser)라는 단어 역시 약자이지만, 그 출발점은 과학 논문이 아니라 과학소설이다. 이 명칭은 1911년에 출간된 Tom Swift 시리즈 중 하나인 『톰 스위프트와 그의 전기 소총』(Tom Swift and His Electric Rifle)이라는 작품 제목에서 나왔다.

이 시리즈는 빅터 애플턴(Victor Appleton)이라는 공동필명으로 쓰인 청소년용 과학 모험물로, 당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던 발명품들이 자유롭게 등장했다. ‘전기 소총’ 역시 실제 기술이라기보다는 비살상 무기에 대한 상상적 장치에 가까웠다.

『톰 스위프트와 그의 전기 소총』(1911) 표지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20세기 후반, 테이저건의 발명가 잭 커버(Jack Cover)는 총기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치명적이지 않은 제압 수단을 구상하던 중, 어린 시절 읽었던 이 소설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제목을 그대로 약자로 만든 것이 TASER이다.

실제 테이저건은 소설 속 전기 소총과 기술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이 이름이 선택된 배경에는 분명한 맥락이 있다. 테이저라는 명칭은 이 장치가 총기를 모방하거나 대체하려는 시도라기보다, 기존의 물리적 제압 방식과 총기 사이에서 위치한 또 하나의 선택지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름은 우연이 아니라 흔적이다

레이저와 테이저는 모두 기술의 기능보다 먼저 언어의 형태로 태어난 이름들이다. 하나는 과학 이론을 설명하는 문장에서, 다른 하나는 과학소설의 상상에서 출발했다. 단순한 이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각 명칭이 탄생한 맥락이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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