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듣는 화폐 이름 중 하나가 달러(dollar)이다. 보통 달러라고 하면 미국 달러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달러라는 이름은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 달러를 비롯해 호주 달러, 캐나다 달러, 뉴질랜드 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이름의 뿌리는 영어권 국가가 아니라 16세기 유럽의 은화에 있다.
보헤미아의 은화, 요아힘스탈러
달러(dollar)의 어원은 독일어 탈러(Thaler 또는 Taler)이다. 그리고 탈러는 더 오래된 이름인 요아힘스탈러(Joachimstaler)에서 줄어든 말이다.

‘달러’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16세기 보헤미아의 요아힘스탈러 은화(1525년).
By Classical Numismatic Group, Inc.,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16세기 초, 당시 보헤미아(Bohemia, 오늘날 체코 지역)의 요아힘스탈(Joachimstal, 현재의 야히모프(Jáchymov)에서는 은이 많이 채굴되었다. 이곳에서 나온 은으로 만든 큰 은화가 요아힘스탈러였다.
탈러에서 달러가 되기까지
요아힘스탈러는 비교적 일정한 무게와 높은 은 함량 덕분에 유럽 여러 지역에서 신뢰받는 은화가 되었다. 긴 이름인 요아힘스탈러(Joachimstaler)는 점차 짧아져 탈러(Thaler 또는 Taler)로 불리게 되었다.
이후 탈러 계열의 은화와 그 이름은 유럽 각지로 퍼져 나갔다. 독일어권의 탈러(Thaler)라는 말은 네덜란드어 달더(daalder) 같은 형태와 연결되었고, 영어권에서는 시간이 지나며 달러(dollar)라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즉 달러라는 말은 처음부터 미국 화폐를 뜻한 것이 아니었다. 원래는 유럽에서 널리 쓰이던 은화의 이름에서 출발한 말이었다.
스페인 달러와 미국 달러
오늘날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떠올리는 것은 미국 달러지만, 그 사이에는 중요한 연결 고리가 있다. 바로 스페인 달러(Spanish dollar)다.

1771년 멕시코 조폐국에서 주조된 스페인 8레알 은화, 이른바 스페인 달러
By Kingdom of Spain (for Mexico) (coin),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스페인 달러는 스페인의 8레알 은화, 즉 여덟 조각(pieces of eight)으로도 불린 은화였다. 이 은화는 근세 국제무역에서 널리 사용되었고, 북아메리카 식민지에서도 중요한 결제 수단이었다.
미국이 독립한 뒤 새 화폐 단위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에게 익숙했던 이 은화의 영향은 컸다. 결국 미국은 1792년 화폐법을 통해 달러를 공식 화폐 단위로 삼았다.
작은 광산 마을에서 세계 화폐의 이름으로
결국 달러라는 이름은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나 현대 금융 제도에서 갑자기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그 시작은 16세기 보헤미아의 작은 은광 마을에서 만들어진 요아힘스탈러(Joachimstaler)였다. 이 이름이 탈러가 되었고, 여러 언어를 거치며 달러가 되었으며, 다시 스페인 은화와 북아메리카의 화폐 사용을 거쳐 미국 달러라는 이름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매일 듣는 ‘달러’라는 단어 속에는 작은 광산 마을에서 출발해 유럽과 신대륙을 지나 세계 경제의 중심 화폐 이름이 된 긴 역사가 숨어 있다.

By Egaldu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