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를 얻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지만, 그 출발점은 언제나 인간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를 휴민트(HUMINT)라고 부른다. 이는 단순히 사람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관계 속에서 맥락과 의도를 읽어내는 정보 활동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생각보다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다. 오래된 활동과 현대적 분류 체계가 겹쳐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름은 현대, 방식은 고대
사람을 통해 정보를 얻는 행위는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전쟁과 정치가 존재하는 곳에는 언제나 정보가 필요했고,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었다. 고대 중국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에서도 이미 간첩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적의 내부에서 정보를 끌어내는 것이 전쟁의 흐름을 바꾼다는 인식은 이미 그 시기부터 확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휴민트’라는 이름은 그 시절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단지 첩자, 밀정, 혹은 정보원이라는 말로 불렸을 뿐이다. 다시 말해, 개념은 오래되었지만 명칭은 훨씬 뒤에 붙은 것이다.
냉전이 만든 분류의 언어
‘HUMINT’라는 용어가 자리 잡은 것은 20세기 중반, 냉전 시기였다. 이 시기는 정보 수집 방식이 급격히 다양해진 시대였다. 통신을 감청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정찰기를 넘어 위성까지 등장하면서 정보의 종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때 정보기관들은 수집 방식을 체계적으로 나눌 필요를 느끼게 된다. 인간을 통한 정보, 신호를 통한 정보, 이미지를 통한 정보를 구분하기 위해 각각의 명칭이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HUMINT라는 약어가 정착되었다.
이 이름은 Human Intelligence, 즉 인간을 통해 얻은 정보라는 뜻을 줄인 표현이다. 같은 방식으로, 예를 들어 신호 정보에는 시긴트(SIGINT, Signals Intelligence), 영상 정보에는 이민트(IMINT, Imagery Intelligence), 공개 출처 정보에는 오신트(OSINT, Open-Source Intelligence)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러한 체계는 CIA 를 포함한 미국 정보기관과 군 체계를 중심으로 정립되었고, 이후 국제적으로 확산되었다.
인간이라는 변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을 통한 정보는 여전히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기계는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인간은 의도와 맥락을 전달한다. 말의 뉘앙스, 상황의 분위기, 숨겨진 목적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휴민트는 다른 방식으로 대체되기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불확실한 방식이기도 하다.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고, 배신할 수도 있으며, 스스로도 완전히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불안정성은 휴민트가 가진 본질적인 특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