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랫동안 아주 자연스럽게 “goodbye”라는 말을 사용해왔다. 전화통화를 끝낼 때나 공항에서 이별하는 순간, 또는 다시 볼 수 없을 사람을 떠나보낼 때조차 우리는 goodbye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나 실상 이 단어가 단순한 ‘잘 가’ 이상의 무게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goodbye’는 원래 신의 이름을 담은 작별 인사였다. 그 기원을 추적하다 보면 언어의 변천 속에서 종교적 의미가 사라지고, 일상어가 자리를 대신하는 놀라운 흐름과 마주하게 된다.
“God be with you”에서 시작된 말
“goodbye”는 원래 “God be with you”(신께서 당신과 함께 하시길)라는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에서는 이와 같은 축복의 문장이 인사말로 흔히 쓰였다.
문어체에서는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지만 구어에서는 점차 음절이 줄어들고 축약되기 시작했다. God be wy you, god b’w’y, godbwye, god buy’ ye 등 다양한 중간 형태들이 실제로 문헌에 남아 있다.
이런 변화는 단지 철자의 문제가 아니라 발음과 언어의 리듬에 의해 결정된 결과다. 긴 문장은 구어체에서 압축되기 마련이며, 반복되는 표현일수록 간소화되는 경향이 있다. ‘God be with you’는 그런 변화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신은 사라지고 ‘good’이 남다
흥미로운 변화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점차 사람들은 원래 표현의 종교적인 뿌리를 잊게 되었고, ‘God’이라는 단어 대신에 더 익숙한 단어인 ‘good’을 집어넣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미 인사말로 자리 잡은 good day, good night, good evening 같은 표현들과 어울려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말의 유래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기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과정을 언어학적으로는 ‘형태적 유추(analogical reformation)’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익숙한 언어구조에 맞게 낯선 표현을 무의식적으로 재구성하는 현상이다. 즉, ‘God be with you’는 어느 순간 ‘good be with you’처럼 들리게 되었고, 이내 ‘goodbye’라는 형태로 굳어졌다. 말 그대로 신은 사라지고 좋은 인사말만 남은 셈이다.
1573년, goodbye의 첫 기록
‘goodbye’라는 철자 형태가 최초로 기록된 것은 1573년, 영국 작가 가브리엘 하비(Gabriel Harvey)가 쓴 편지에서였다. 그는 농담조로 이렇게 적었다.
“To requite your gallonde of godbwyes, I regive you a pottle of howdyes.”
“당신의 갤런 한가득 ‘잘가요’에, 저는 파인트 하나쯤 되는 ‘안녕하세요’로 답합니다..”
가브리엘 하비는 작별 인사(godbwyes)를 갤런 단위로, 인사말(howdyes)을 파인트(약 500ml) 단위로 주고받는 듯 표현했다. 말을 액체처럼 비유하며, ‘작별’과 ‘인사’, ‘많음’과 ‘적음’을 재치 있게 대비한 언어유희다.
이 문장은 단순한 농담을 넘어 인사말이 어떻게 축약되어 쓰였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이기도 하다.
작별 인사 속에 담긴 시간의 흔적
오늘날 우리는 “goodbye”를 기계적으로 말한다. 스마트폰을 끄기 전에, 단체 채팅방을 나가기 전에, 지하철 문이 닫히기 직전에. 그러나 이 단어 안에는 16세기의 신앙, 17세기의 발음 변화, 18세기의 일상화 과정, 그리고 21세기의 무심한 작별이 모두 겹겹이 쌓여 있다.
“goodbye”는 그 자체로 시간의 압축이며, 한 단어가 걸어온 긴 여정을 내재화 하고 있다. 말은 변하지만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