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팅(ghosting), 왜 우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

고스팅을 겪는 소녀

유령처럼 사라지는 사람들

살면서 연애나 인간관계에서 예고 없이 연락이 끊기는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소위 고스팅(ghosting)이라 불리는 이 태도는 상대방을 유령처럼 취급하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방식이다.

SNS메시지를 읽지 않고, 문자에 답하지 않으며, 전화도 피한다. 관계를 끝내려는 명확한 말 대신 완전한 침묵을 선택한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단순한 매너 문제를 넘어 개인의 성격적 특성과 밀접히 연관된 것으로 분석한다.

다크 트라이어드와 고스팅의 관계

2021년 Acta Psychologica에 발표된 피터 조나손(Peter Jonason)과 동료들의 연구는 고스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341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고스팅에 대한 태도와 경험을 조사하고, 성격 특성 중 이른바 ‘다크 트라이어드(Dark Triad)’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다크 트라이어드는 다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 계산적이고 조종적인 태도를 특징으로 한다. 연구에서는 이 성향이 강할수록 고스팅을 더 쉽게 받아들이고,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 사이코패시(psychopathy): 충동적이고 공감 능력이 낮은 성향을 뜻한다. 사이코패시 성향이 강한 참가자 역시 고스팅을 정당화하고 경험한 빈도가 높았다.
  • 나르시시즘(narcissism): 자기중심적이고 인정 욕구가 강한 성향이다. 그러나 나르시시즘은 기대와 달리 고스팅과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즉,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기보다는 자기 보호와 갈등 회피를 중시하는 성향일수록 고스팅을 더 수용하고 실행하는 경향을 보였다.

단기적 관계에서 더 흔한 이유

또 다른 흥미로운 결과는 관계의 지속 기간에 따른 차이였다. 참여자들은 장기적 연애 관계(long-term relationship)보다는 단기적 관계(short-term relationship)에서 고스팅이 더 용납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곧 관계에 대한 투자(investment)가 깊지 않을수록 고스팅을 선택하기 쉽다는 의미다. 깊은 감정적 유대나 공유한 시간이 부족하다면, 사라지는 방식이 오히려 간단하고 효율적인 해결책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

고스팅은 이기적인가, 현실적인가?

고스팅으로 우울한 남자

고스팅을 당한 사람에게는 큰 상처가 남는다. 이유를 설명받지 못한 채 버려진 경험은 자존감을 해치고, 때로는 트라우마처럼 남아 이후의 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고스팅은 흔히 이기적이고 비겁한 행동으로 비난받는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를 단순히 도덕적 잣대로만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일부 성향의 사람들에게 고스팅은 불필요한 갈등과 긴장을 피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관점에서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연구의 한계와 앞으로의 과제

이 연구는 고스팅과 성격 특성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의미가 크지만, 한계도 있다. 참가자 대부분이 젊은 대학생이었기에, 문화적·세대적 다양성이 부족했다. 또 관계를 단순히 단기와 장기로만 나눈 점도 현실의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고스팅을 단순한 개인적 경험이 아닌 심리학적·사회학적 현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온라인 데이팅이 보편화된 오늘날, 이 문제는 더 이상 사소한 연애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다.

고스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고스팅은 앞으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때로는 불편한 대화보다 손쉬운 침묵을 선택한다. 그러나 관계란 결국 소통을 통해 성립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연구가 보여주듯, 고스팅을 선택하는 이들은 흔히 감정적 공감 능력이 낮고,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고스팅으로 떠났을 때, 그것을 내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그 사람의 성향과 방식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스팅은 상처를 남기지만 동시에 배움도 남긴다. 누군가를 잃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더 성숙한 관계의 조건을 깨닫고, 언젠가 더 건강한 소통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마무리하며

고스팅은 단순히 “사라졌다”는 행동 이상이다. 성격 특성과 사회적 맥락, 그리고 현대의 관계 문화가 얽힌 복합적 현상이다. 피터 조나손의 연구는 고스팅을 다크 트라이어드 성향과 연결지음으로써,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이 불편한 이별 방식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참고: 

Jonason, Peter K., et al. “The Dark Triad and Attitudes Toward Ghosting.” Acta Psychologica,. 221(2021). https://doi.org/10.1016/j.actpsy.2021.103454.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