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 사람이 많을수록 행동은 줄어든다

붐비는 사람들 속에 누군가 쓰러져 있다

제노비스 사건

1964년 3월 13일 새벽, 미국 뉴욕 퀸스의 한 주택가에서 한 여성이 귀가하던 중 공격을 받았다. 피해자는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였다. 그녀는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하며 저항했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다.

이 사건은 며칠 뒤 신문을 통해 보도되며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당시 보도에서는 “38명의 이웃이 사건을 목격하고도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는 내용이 강조되었다. 사람들은 이 사실에 분노했고, 도시 사회가 얼마나 냉혹해졌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의 실제 모습은 처음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모든 사람이 사건을 명확히 목격한 것도 아니었고, 일부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며, 몇몇 주민은 경찰에 연락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왜 사람들은 위급한 상황을 보고도 쉽게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가.

방관자 효과

이 질문에 답하려 한 사람들이 있었다. 사회심리학자 존 달리(John Darley)와 빕 라타네(Bibb Latané)였다. 1960년대 후반 두 학자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이 혼자 있을 때보다 여러 명이 함께 있을 때 도움 행동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한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었다. 핵심은 책임의 분산이다. 사람들은 위급한 상황을 목격했을 때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누군가가 이미 신고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더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이처럼 책임이 여러 사람에게 나뉘어 있다고 느끼면 개인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진다. 이를 사회심리학에서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라고 부른다. 제노비스 사건이 이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군중 속의 무관심

달리와 라타네의 연구는 여러 실험을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대표적인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한 사람이 발작을 일으켰다는 상황을 들었다. 참가자가 혼자라고 믿을 때는 대부분 즉시 도움을 요청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듣고 있다고 믿을 때는 행동에 나서는 비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사람이 많을수록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심리도 작용한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을 참고해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방관을 깨뜨리는 한 사람

그렇다면 이러한 심리는 극복할 수 없는 것일까. 연구자들의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 먼저 행동하면 상황은 빠르게 바뀐다. 누군가 “119에 전화하세요!”라고 외치거나 직접 움직이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도 그 행동을 따라 도움에 나설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지난 2005년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승객 한 명이 발을 헛디디면서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틈에 발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당황한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열차를 조금 밀어보자”고 외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열차를 밀기 시작했고, 결국 많은 승객이 힘을 합쳐 틈을 넓히면서 끼어 있던 발을 빼낼 수 있었다. 이처럼 한 사람의 행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신호가 되어 집단의 행동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방관자 효과를 넘어

방관자 효과는 인간의 도덕성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기보다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심리적 경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심리는 때때로 쉽게 뒤집히기도 한다. 누군가 먼저 나서는 순간, 주변 사람들은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니라 함께 행동하는 사람들로 바뀌기도 한다.

제노비스 사건 이후 사회심리학은 인간이 왜 행동하지 않는지를 설명해 왔다. 그러나 같은 연구는 또 다른 사실을 보여 준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화는 대개 한 사람의 작은 행동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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