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미한 백색의 아치 형태로 나타나는 안개무지개.
By Pamyd85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희고 흐릿한 안개무지개
무지개는 흔히 비 뒤에 나타나는 선명한 색의 아치 형태로 연상된다. 그러나 자연에는 이와 다른 모습의 무지개도 존재한다. 안개무지개(fogbow)는 색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희고 흐릿한 아치 형태의 광학 현상이다. 형태는 분명 무지개와 유사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모습과는 달라 낯설게 느껴진다. 이 현상은 백색무지개라고도 불리며, 영어권에서는 포그보우(fogbow), 해상에서는 시독(sea dog)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무지개가 만들어지는 기본 원리
일반적인 무지개는 태양빛이 빗방울 속으로 들어가 굴절되고, 내부에서 반사된 뒤 다시 굴절되면서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빛은 파장에 따라 꺾이는 각도가 달라져 색이 분리된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작은 프리즘처럼 작용한 결과다. 이때 특정 각도로 되돌아온 빛이 관측자에게 집중되면서, 아치 형태의 무지개가 나타난다.
안개무지개는 무엇이 다른가
안개무지개도 같은 물리 법칙에서 출발한다. 차이는 물방울의 크기에 있다. 안개는 빗방울보다 훨씬 작은 물방울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름이 약 0.05mm보다 작아지면 물방울은 프리즘처럼 빛을 파장별로 분리하지 못한다. 그 대신 굴절된 빛들이 서로 겹치고 퍼지면서, 색의 대비는 사라지고 밝은 흰색에 가까운 아치만 남는다.
이 때문에 안개무지개는 색보다 형태가 먼저 보인다. 가장자리만 옅게 색조가 느껴질 뿐, 일반적인 무지개처럼 뚜렷한 색띠는 나타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나타나는가

안개 낀 오후 2시 무렵, 수완니 강 하구 동쪽의 멕시코만 연안의 안개무지개.
By John usmc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안개무지개는 특정한 조건이 맞을 때 형성된다. 태양이 관측자 뒤쪽에 있고, 앞쪽에 고르게 퍼진 안개가 있으며, 배경의 대비가 너무 강하지 않을 때다. 바다 위, 해안, 고원, 또는 넓게 안개가 깔린 산지에서 비교적 잘 관찰된다. 태양빛뿐 아니라 달빛으로도 형성될 수 있다.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자주 관찰되지는 않는다. 같은 장소에서도 안개의 밀도와 빛의 각도가 조금만 달라지면 보이지 않는다.
왜 낯설게 느껴질까
안개무지개는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지개를 ‘색이 분명한 현상’으로 배워 왔다. 그 기준에 비추면, 색이 희미하거나 안개빛 무지개는 무지개로 분류되지 않기 쉽다. 결과적으로 현상을 보더라도 이름 붙이지 않고 지나칠 가능성이 크다.

엘로우스톤 국립공원의 분센 피크에서 만난 안개무지개 (Neal Herbert 촬영)
By Yellowstone National Park,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마무리하며
안개무지개는 특별한 무지개가 아니라, 같은 원리가 다른 조건에서 만들어낸 결과다. 물방울의 크기 하나가 빛의 표현을 바꾸고, 그 차이가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든다. 무지개는 항상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안개무지개는 그 사실을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다음에 안개가 얇게 깔린 곳에서 햇빛을 등지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맞은편 풍경을 한 번 더 살펴볼 만하다. 색이 분리되지 않은 하얀 안개무지개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