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은 영어가 아니다: 격려 표현의 문화 차이

AI생성 이미지, 화이팅

영어 같지만 영어가 아닌 ‘화이팅’

“화이팅!”이라는 말은 한국어 사용자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응원, 격려,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입에서 튀어나오는 이 한마디는 스포츠 경기장부터 시험장, 일상 대화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이 단어, 실제로는 영어가 아니다. 영어권 사람에게 “Fighting!”이라고 말하면 말 그대로 ‘싸움을 걸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겉보기에는 영어처럼 보이지만 ‘화이팅’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콩글리시다.

영어권에서는 뭐라고 할까?

그렇다면 영어에서는 ‘화이팅’에 해당하는 말을 어떻게 표현할까? 상황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사용된다.

어떤 일을 앞두고 용기를 북돋워줄 때는
“Go for it!”, “You got this!”, “You can do it!” 같은 말이 적절하고,

힘든 상황을 견디는 사람에게는
“Hang in there.”, “Stay strong.”, “Don’t give up.” 같은 격려가 더 어울린다.

즉, 영어는 한국어처럼 단일한 구호가 아니라 감정과 맥락에 따라 격려 표현을 나눠서 사용하는 구조를 가진다. 그래서 한국어의 “화이팅” 같은 포괄적 응원 표현은 영어권에는 딱 떨어지는 대응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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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加油(jiā yóu)’는 어떻게 다를까?

중국어에도 이와 비슷한 표현이 있다. “加油(jiāyóu, 짜요)”, 직역하면 ‘기름을 넣다’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힘내!”, “잘해봐!”, “계속해!” 같은 격려의 의미로 널리 사용된다. 운동 경기나 시험, 연설 같은 상황에서 자주 들을 수 있으며, 구호처럼 외쳐지기도 한다.

다만 ‘쨔요(加油)’는 말 그대로 에너지를 보충하라는 의미에 가까운 응원 구호이고, 한국의 ‘파이팅’처럼 감정적 위로와 정서적 연대까지 포괄하는 표현은 아니다. 이러한 차이는 격려 표현 방식이 각 언어의 문화적 감정 습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감정과 문화가 담긴 단어

‘화이팅’이라는 말은 일본어의 “파이토(ファイト)”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도 스포츠 경기나 경쟁 상황에서 “Fight!”를 외치던 문화가 있었고, 이 표현이 한류 문화와 함께 한국식 영어로 자리잡은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 말이 단순한 승부욕 표현을 넘어 감정적 응원과 위로, 소속감을 전달하는 말로 발전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파이토’라는 표현이 주로 운동 경기나 격투기 등 특정 경쟁 상황에서만 사용되며, 일상적인 격려에는 ‘頑張って(간바떼, 힘내)’라는 말이 더 일반적이다. 이 차이는 같은 어원을 공유하더라도 언어가 각 문화 속에서 어떻게 다르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요한 건 말의 모양보다 마음의 모양

“화이팅”은 영어 단어가 아니다.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보편적인 응원의 정서다.

누군가가 무언가에 도전하거나 힘든 시간을 버틸 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등을 토닥이고 싶은 마음을 가진다. 말의 형태보다 중요한 건 그 말이 전하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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