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개인들이 기여하며 만들어 내는 집단의식
By Alexandre de Moura Paz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집단지능의 의미
여럿이 머리를 맞대면 혼자서는 떠올리지 못한 답이 나올 때가 있다. 한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사람이 빠진 정보를 보태고, 또 다른 사람이 오류를 찾아낸다. 그렇다면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언제나 더 좋은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다룰 때 쓰는 개념이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이다.
집단지능은 여러 개인이 함께 지식과 판단을 활용해 집단 차원에서 배우고,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여기서 ‘지능’은 구성원들의 지능지수를 합한 숫자가 아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정보를 나누고 협력하느냐에 따라 집단이 보여 주는 능력을 가리킨다.
집단지능 개념의 기원
집단의 판단에 관한 오래된 사례로는 영국의 통계학자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의 연구가 있다. 그는 1907년 발표한 글 「대중의 목소리(Vox Populi)」에서 사람들이 소의 무게를 추정한 결과를 분석했다. 제출된 답들의 중간값은 1,207파운드, 실제 무게는 1,198파운드였다. 개개인의 답은 제각각이었지만 답을 모아 얻은 값은 실제 무게에 가까웠다. 이 사례는 오늘날 ‘다수의 지혜(wisdom of crowds)’를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된다. 다만 골턴이 ‘집단지능’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가 살핀 것은 사람들이 함께 토론하는 과정이 아니라, 각자 내린 판단을 모았을 때의 결과였다.
집단지능이라는 개념을 인터넷 시대와 연결해 논한 인물로는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레비(Pierre Lévy)가 있다. 그는 1994년 책 《집단지능: 사이버공간의 인류학을 위하여》에서 사람들 사이에 흩어져 있는 지식과 능력이 새로운 통신 기술을 통해 연결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아는 대신 서로 다른 것을 아는 사람들이 함께 기여한다는 관점이다. 그렇다고 레비가 이 개념을 혼자 처음 고안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집단지능의 두 가지 작동 방식
집단지능이 나타나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골턴의 사례에서는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소의 무게를 추정했고, 나중에 그 답들을 모았다. 각자의 오차가 일부 상쇄되면서 정확한 값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것이 ‘다수의 지혜’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반면 여러 사람이 함께 문서를 만든다면 과정이 달라진다. 누군가는 초안을 쓰고, 다른 사람은 잘못된 내용을 고치며, 또 다른 사람은 빠진 설명을 보탠다. 이 경우에는 각자의 답을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작업을 검토하고 수정하면서 하나의 결과를 만든다. 위키백과 같은 공동 편집 작업을 집단지능의 사례로 드는 이유다.
두 방식을 같은 말로 묶을 수는 있지만 작동 원리까지 같다고 보면 혼란스러워진다. 하나는 독립적인 판단을 모으는 방식, 다른 하나는 상호작용하며 결과를 만드는 방식이다.
개인의 지능과 집단지능의 관계
집단이 함께 과제를 풀 때 무엇이 중요한지 살핀 연구도 있다. 2010년 연구진은 699명을 두 명에서 다섯 명씩 소그룹으로 나누어 여러 종류의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그리고 한 과제를 잘한 집단이 다른 과제도 잘하는 경향이 있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처럼 여러 과제에 걸쳐 나타나는 집단의 수행 능력을 ‘집단지능 요인(collective intelligence factor, c factor)’이라고 불렀다.
연구 결과, 이 요인은 구성원들의 평균 지능이나 집단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사람의 능력과 강하게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다른 사람의 반응을 읽는 사회적 민감성(social sensitivity), 구성원들이 대화에 비교적 고르게 참여하는 정도와 관련이 있었다. 이 결과가 개인의 능력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집단이 가진 능력을 실제 문제 해결에 쓰려면 구성원들의 생각이 오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에 가깝다.
집단지능의 한계
사람이 많아도 모두가 같은 정보를 믿거나 먼저 나온 답을 따라 말한다면 여러 관점을 모으는 이점이 줄어든다. 다른 사람의 추정을 들은 뒤 사람들의 답이 서로 비슷해졌지만 집단의 정확도는 나아지지 않은 실험도 있다. 의견이 일치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의견이 옳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집단지능은 ‘여럿이면 무조건 똑똑하다’는 뜻이 아니다. 각자의 판단을 독립적으로 모으든, 대화를 통해 공동의 답을 만들든, 서로 다른 정보가 드러나고 오류를 고칠 수 있어야 집단의 능력이 발휘된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더 똑똑해질 수 있다. 다만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사람 수가 아니라 함께 판단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