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주 라호이아 코브의 큰 동굴 인근에서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모습
By Jarek Tuszyński / CC-BY-4.0, CC BY 4.0, wikimedia commons.
깎아지른 절벽 끝에 선 선수가 잠시 아래를 바라본다. 곧 몸을 던져 공중에서 여러 차례 회전한 뒤, 두 발을 모은 채 수면을 뚫고 들어간다. 높은 절벽이나 인공 도약대에서 물속으로 뛰어내리는 이 종목을 ‘클리프 다이빙(cliff diving)’이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화려한 공중 동작을 겨루는 극한 스포츠로 알려져 있지만, 그 역사적 뿌리로는 18세기 하와이의 절벽 다이빙 전통이 흔히 언급된다.
클리프 다이빙과 하이다이빙
클리프 다이빙은 영어로 ‘절벽’을 뜻하는 클리프(cliff)와 ‘물속으로 뛰어들기’를 뜻하는 다이빙(diving)을 합친 말이다. 본래 바다나 호수와 맞닿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행위를 가리키지만, 오늘날에는 높은 인공 도약대에서 펼치는 경기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2014년 8월 8일부터 10일까지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제1회 하이다이빙 월드컵.
By Денис Петьовка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와 자주 혼용되는 용어가 ‘하이다이빙(high diving)’이다. 클리프 다이빙이 자연 절벽에서 비롯된 명칭이라면, 하이다이빙은 세계수영연맹(World Aquatics)이 별도의 경기 규칙을 마련한 정식 종목명이다. 그러나 하이다이빙 경기가 자연 절벽에서 열리기도 하고 클리프 다이빙 대회가 인공 도약대를 사용하기도 하므로, 두 용어가 경기 장소만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하와이의 ‘렐레 카와’
현대 클리프 다이빙의 역사적 뿌리로 흔히 언급되는 것은 18세기 하와이의 ‘렐레 카와(lele kawa)’다. 당시 마우이를 다스렸던 카헤킬리(Kahekili)는 높은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는 렐레 카와로 이름을 알렸다.
렐레 카와에서는 몸을 곧게 세우고 발부터 입수하면서 물보라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높은 절벽에서도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고 정확한 자세로 물속에 들어가는 능력은 용기와 절제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졌다.
전승에 따르면 카헤킬리는 자신의 전사들에게도 절벽에서 뛰어내리게 했다. 왕을 따라 몸을 던지는 행위는 전사들이 용기와 충성심을 증명하는 일종의 시험이었다.
다만 카헤킬리가 뛰어내렸다는 장소와 절벽의 높이는 자료마다 다르게 전해진다. 따라서 특정 높이를 단정하기보다는 그의 렐레 카와가 오늘날 클리프 다이빙의 역사적 선례로 널리 소개된다고 설명하는 편이 정확하다.
아카풀코의 절벽 다이빙

멕시코 아카풀코의 라케브라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다이버
By Jack Fiallos, CC BY 2.0, wikimedia commons.
클리프 다이빙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장소는 멕시코 아카풀코의 라케브라다(La Quebrada)다. 좁은 바닷물 통로를 사이에 두고 가파른 암벽이 마주 보는 곳으로, 다이버들은 절벽을 직접 올라간 뒤 바다를 향해 뛰어내린다.
이곳에서는 이전부터 절벽 다이빙이 행해졌으며, 1934년부터 전문 다이버들의 공연이 공식적으로 자리 잡았다. 라케브라다의 수심은 조수와 파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히 높은 곳에서 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이버는 파도가 밀려들어 수심이 깊어지는 순간을 계산해 몸을 던져야 한다. 밤에는 횃불을 든 채 뛰어내리는 공연도 펼쳐진다.
하와이의 렐레 카와가 용기와 충성심을 보여주는 전통이었다면, 라케브라다의 절벽 다이빙은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대중 공연으로 발전했다는 차이가 있다.
일반 다이빙과 무엇이 다를까?
올림픽 다이빙에서 사용하는 가장 높은 플랫폼은 수면에서 10m 높이에 있다. 이에 비해 세계수영연맹의 하이다이빙 경기는 여자부 20m, 남자부 27m 높이에서 치러진다. 레드불 클리프 다이빙 월드시리즈에서는 여자부 21m, 남자부 27m의 도약대를 사용한다.
27m는 대략 9층 건물에 해당하는 높이다. 선수들은 낙하하는 동안 몸을 비틀거나 회전한 뒤, 수면에 닿기 전에 몸을 곧게 편다. 입수 순간의 속도는 시속 약 85㎞에 이를 수 있다.
일반적인 플랫폼 다이빙 선수들이 손과 머리부터 물속에 들어가는 것과 달리, 하이다이빙 선수들은 발부터 입수한다. 높은 곳에서 머리부터 입수하면 머리와 목, 어깨에 심각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은 왜 위험할까?

높은 곳에서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 물도 부드러운 쿠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입수하는 순간 몸의 속도가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줄어들면서 매우 큰 충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세가 조금만 흐트러져도 충격이 등이나 가슴, 팔다리에 넓게 전달될 수 있다. 자연 절벽에서는 수심과 조류, 파도, 바람뿐 아니라 수면 아래에 바위나 장애물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경기 때 잠수 요원과 구조 인력이 수면에서 대기하는 것도 이러한 위험 때문이다.
따라서 클리프 다이빙은 수영을 잘하거나 담력이 있다고 해서 바로 시도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다. 선수들은 낮은 높이에서 입수 자세를 반복해 익히고, 체계적인 훈련을 거쳐 조금씩 도약 높이를 높인다. 충분한 수심과 전문 안전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장소에서의 절벽 다이빙은 매우 위험하다.
용기를 넘어 정교한 기술로
클리프 다이빙은 얼핏 보면 두려움 없이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담력의 스포츠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도약의 힘과 방향, 공중에서의 회전 속도, 몸을 펴는 순간과 발끝의 위치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야 하는 정교한 종목이다.
하와이의 렐레 카와와 멕시코 아카풀코의 절벽 다이빙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등장했지만, 오늘날 클리프 다이빙의 역사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과거 용기와 기량을 보여주던 절벽 위의 도약은 이제 고도의 훈련과 안전 체계를 바탕으로 하는 현대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